'커피가 아니라 분위기를 판다'며 고가 정책을 고수해온 스타벅스가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매장에서 아이스 커피 대형 사이즈를 종전보다 45센트 낮춘 1.95달러(약 2,4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앞서 스타벅스는 간단한 아침 식사에 카페라떼 한 잔을 곁들인 아침 메뉴를 3.95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미국 소비자가 이런 메뉴를 즐기려면 5달러가 들었다.
미국 유명 소매 업체들이 절약 모드로 돌아선 소비자를 따라 잡느라 속속 가격 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이 보도했다.
유명 가구업체 포터리반은 가정용 소파 중형 세트를 999.99달러에 새로 출시했다. 이 중형 세트는 이전 비슷한 규격의 제품보다 300달러가 싸다.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청바지 업체 락앤리퍼블릭도 최근 새 제품을 128달러에 내놓았다. 이전 제품들보다 30% 인하된 가격이다. 락앤리퍼블릭은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인 빅토리아 베컴이 즐겨 입는다고 해서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한 업체는 이밖에도 주방용품 전문 윌리엄스 소노마, 의류 업체 아메리칸 이글 등이 있다.
미 소매 업체의 가격 인하는 소비자들이 한 푼이라도 싼 물건을 찾기 위해서라면 단골 제품도 기꺼이 포기한다는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AFP통신은 "맥도날드가 스타벅스 커피보다 저렴한 커피를 내놓자 스타벅스가 매장 수백곳을 폐쇄해야 할 정도 였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도 최근 한 인터뷰에서"경기침체가 향후 수년간 소비자의 경제적, 사회적 행동 양식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소비자의 48%가 저가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애용하던 브랜드를 바꾸었다. 2007년에 비해 7% 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소매 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살아 남기 위해 원가 절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NYT는 한 의류업자의 말을 인용해 "의류 업체들이 원재료 구입처를 바꾸는 등 경영 합리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상당수가 가격 인하로 인한 손실분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신제품 출시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조만간 가격 인하 경쟁에서 낙오하는 소매 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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