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과 각료들의 부당한 경비 청구로 국민의 혈세를 착복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는 영국의 고든 브라운(58) 총리가 말 못할 '비밀'이 공개되면서 또 다시 망신살이 뻗쳤다.
브라운 총리는 공식 석상에서 항상 원기 왕성하고 얼굴에는 윤기가 흐르며 정력이 충만한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실제로는 '화장발' 덕분이라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대중지 선과 가디언 인터넷판은 12일 브라운 총리의 측근 보좌관이 지난주 요크셔 방문을 수행하던 중 택시에 총리의 화장법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담은 A4 용지 한 장짜리 문서를 흘려 놓고 내렸다고 전했다.
문서에는 브라운 총리의 얼굴에 있는 점과 여드름 자국 등 감추고 싶은 부위를 보이지 않게 하는 등 4단계의 자세한 화장 방법이 적혀 있다고 신문들은 소개했다.
브라운 총리의 화장 지침에 따르면 우선 1단계로 가볍게 얼굴을 솔질하고 거품제를 얼굴 전체를 문지른다. 이는 브라운 총리의 얼굴에 자연적인 투명감을 주고 광채가 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2단계로는 브라운 총리의 눈 밑에 있는 작은 기미와 다크서클, 주름을 감춘다. 잡티를 안보이게 해주는 컨실러를 발라 얼굴에 있는 피부의 결점을 가린다.
다음으로 크리니크 영양크림을 바른다. 마치 벽에 페인트칠하듯이 얼굴 전체와 귀를 덮는다. 눈을 감고 화장솜을 사용해 파운데이션이 얼굴에 퍼지게 한다.
마지막에는 어두운 색 겔랑 분을 붓질해 건강한 구릿빛 피부색깔이 돋보이게 한다.
이번 브라운 총리의 화장법에 관한 문서가 유출된 것과 관련해 총리실 대변인은 "신참 보좌관이 실수로 택시에 놓고 내렸다"며 "총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TV에 출연하기 전에는 화장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해명했다.
한 정부 인사는 "브라운 총리가 이처럼 매번 짙은 화장을 하는 것은 대단히 견디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가 근엄한 신사의 이미지를 남에게 보여주기를 원하기 때문에 참으며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의 문건에는 또한 브라운 총리와 재키 스미스 내무장관 등 요인들의 일정에 관한 기밀도 담겨져 있었다.
문건을 습득한 택시기사는 이를 선에 제보했으며 신문은 일부 내용을 기사화한 뒤 총리실에 다시 반환했다.
다만 브라운 총리는 앞서 집 청소비 명목으로 지원 받은 돈 일부를 동생에게 줘 구설에 오른 것과는 달리 화장품 구입비를 별도로 국고에 청구하진 않았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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