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신 배구선수가 나타났다면서요?" "기자님, 바로 뒤에 서 있잖아요." 목이 아플 만큼 고개를 치켜들자 얼굴이 겨우 보였다. 207㎝짜리 거인은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천종범인데 누구세요?"
지난 10일 전국종별배구선수권대회가 열린 충북 옥천에 모인 배구인들은 옥천고 1학년 천종범(16)을 발견한 뒤 감탄사를 질렀다. 신발을 신은 천종범의 키는 211㎝. 천종범이 손을 들자 손목이 그물(240㎝) 위까지 올라갔다. "저 친구가 체계적인 훈련을 받으면 한국 배구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지 않을까?"
■ "키가 그만 컸으면…"
세계 정상급 리베로 삼성화재의 여오현은 "키가 커질 수만 있다면 수술이라도 받고 싶다"고 고백한 적 있다. 그러나 천종범은 "이제 키가 그만 컸으면 좋겠어요"라고 배부른 투정을 부린다. 키가 그만 커야 체력 훈련에 매달릴 수 있고, 키가 아닌 배구 기술로 최고가 되고 싶단다. 천종범이 나타나기 전까지 최장신은 인하대 1학년 김은섭(206㎝)이었다.
콩나물과 두부를 즐겨 먹는 천종범이 2007년 배구를 시작할 때 신장은 178㎝. 배구를 시작한 뒤 1년 만에 197㎝가 된 천종범은 1년 사이에 10㎝가 더 자랐다. 12일 현재 나이는 15세 4개월 24일. 한국에서 키가 가장 큰 프로농구 선수 하승진(221.6㎝)보다 더 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옥천고 김영석 감독은 "키가 이렇게까지 클 줄은 몰랐다. 배구를 하면서 무릎 성장판을 자극했기 때문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천종범은 "아직도 키가 크고 있어요. 지난해 키가 쑥쑥 클 때 느낌을 느낄 수 있어요"라며 투덜거렸다.
■ 세계 최강 센터가 꿈
"옥천고 선배인 김세진 선수를 닮고 싶습니다. 국가대표가 돼 가슴에 태극마크도 달고 싶고…. 세계 최강의 센터가 될래요." 천종범이 해맑게 웃자 옥천고 홍정일 코치는 "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 1년도 안됐는데 기술 습득이 다른 선수보다 훨씬 빠르다"고 칭찬했다.
명센터 출신인 이인 전 국가대표 감독은 "정말 대단한 선수가 나타났다. 국가대표로 선발해 일찌감치 관리해야 한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국가대표를 선발, 관리하는 대한배구협회 이종경 강화위원장은 "키가 크지만 몸이 둔하지 않고 체격이 잘 빠졌다. 한국배구의 대들보로 키워야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초고교급 '거인' 천종범의 출현으로 배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옥천=글·사진 이상준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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