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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구조조정, 속도 안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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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구조조정, 속도 안난다

입력
2009.05.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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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행과 대기업간 재무구조개선약정 체결시한이 코앞에 다가왔지만, 구조조정 속도는 여전히 소걸음 상태다.

몇몇 대기업들은 계열사 매각, 대규모 증자,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 등을 통해 구조조정을 향한 발걸음을 빠르게 하고 있지만, 상당수는 정부와 채권단 눈치만 보면서 '버티기' '시간벌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개별 기업들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은 당초 시한인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대기업 구조조정은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분위기다.

분주한 소수

동부그룹과 대한전선 등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한 가시적 구조조정 성과를 냈다.

우선 대한전선 그룹은 12일 계열사인 대한ST의 지분 65.1%를 포스코에 매각키로 확정하고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동부그룹의 동부하이텍 자회사인 동부메탈도 산업은행이 사모투자회사(PEF)를 통해 인수키로 하고 가격산정 등을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재무개선약정 후보로 거론돼 온 웅진그룹은 대규모 BW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부진한 다수

그러나 이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대기업들에선 구조조정 계획진행이 더디다는 평가다. 한 은행관계자는 "재무구조개선 대상 대기업들은 회사채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 받고 있기 때문에 핵심 계열사 등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필수적이지만 채권단에 이런 저런 요청을 하며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우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조선에 대한 풋옵션 만기를 3년 연장해 주는 대가로 채권단의 요청에 따라 금호생명에 대한 매각을 추진 중이다. 유동성 개선을 위해 다음달 이전에 금호생명 인수자를 확정키로 했으나 아직까지 가격에 대한 이견 등으로 이렇다 할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금호 측이 제시한 인수가격이 약 1조원에 달하는데 비해 매수 의사를 표시한 기업들은 5,000억원 정도를 적정 가격으로 제시해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애초에 제시했던 금액을 고수하지 않고 있으며 원매자가 다수여서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금융계는 매각 협상이 이달 내 완료될지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가 밥켓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부담이 발생, 부채비율이 크게 높아졌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말 두산테크팩, 올해 1월 주류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자구노력을 해 온 덕분에 이번 재무구조 개선약정 대상에는 오르지 않았으나, 아직까지도 자금 상황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아 한국항공우주산업 지분 등을 매각키로 했다.

시장에서는 국내 유일의 항공기 제작 방산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두산DST도 매각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그룹 측에서는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은행들에 내년 밥캣 인수에 따른 차입금 수준을 약정했던 영업현금흐름(EBITDA)의 6배 이하에서 7배 이하로 완화해 달라고 요청, 채권단의 지원을 이끌어 냈다.

하이마트 인수로 자금 사정이 악화한 유진그룹도 이렇다 할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계열사인 유진투자증권 지분 매각에도 부정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증시 상승 등으로 분위기가 좋아지자 버텨보자는 생각들이 있는 것 같다"면서 "증시가 올랐어도 실제 기업 이익 등이 좋아지는 건 아닌데 이번에 철저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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