닿았다- 양아람(필명 야광별)
한국일보사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이 공동 주최하는 '문장청소년문학상' 4월 생활글 장원에 양아람(안양예고)양의 '닿았다'가 뽑혔다. 시 부문에서는 배민근(상주 공업고)군의 '야경', 이야기글에서는 전은선(대전 전민고)양의 '앓던 이'가 각각 장원으로 선정됐다. 비평ㆍ감상글에서는 해당자가 없었다. 당선작은 청소년문학관 글틴 (http://teen.munjang.or.kr)에서 볼 수 있다.
닿았다
- 양아람(필명 야광별)
교회에 있던 남녀 공용 화장실. 나는 자주 그리로 피했다. 얼음땡을 하거나, 숨바꼭질을 할 때면 재빨리 그 곳으로 달려갔다. 아, 그리고 그 사람이 왔다. 내 안에서 기억이 왜곡되지 않았다면, 나는 어쩌면 그 사람이 올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보이기 싫어, 이건 내 비밀이어야만 해. 어쩌면 나는 지금 이 상황을 즐기는 걸까. 조금씩 죄책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 사람은 옷 위로 가슴을 만졌다. 그게 가슴이었을까. 그냥 살이었을까. '나쁘다는 것'을 알자 나는 스스로가 견딜 수 없이 미웠고, 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진짜 이상한 건 그 사람이 아니라, 나쁘다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나야. 내가 나쁜거야. (중략) 나는 내가 기분이 좋았다고 느낀 것이 부끄러웠고 사실은 이 행위가 조금만 더 계속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든 것이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반항을 했다. 반항을 하는 척을 했다. 혐오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때로는 소리를 지르고, 하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지독히도 외로웠다.(발췌)
▲ 심사평
양아람 양의 '닿았다'는 진솔한 자기표현이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풀어놓기 힘든 이야기를 아주 담담한 어조로 고백하고 있습니다. 자칫 감정이 과하게 들어가는 것이 아닐까 염려했지만 객관적인 거리를 끝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냉정한 시선과 거리를 유지하기까지 글쓴이가 겪어야 했던 심적 고통이 느껴집니다. 다행인 것은 자기만의 기억의 방에 웅크리고 있지 않고 세상과 소통을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글을 쓰는 행위가 그러한 소통의 출발점이라 여겨집니다. 성장통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김영근ㆍ소설가
*한국일보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국국어교사모임은 '2009 문장청소년문학상 연중 온라인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문학관 글틴 (http://teen.munjang.or.kr) '쓰면서 뒹글 게시판'에 시, 이야기글, 비평ㆍ감상글, 생활글을 올리면 됩니다. 문학에 관심있는 청소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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