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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기자 1호 정홍택의 지금은 말할 수 있다] <58> 뽀빠이 이상용의 '오뚝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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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연예기자 1호 정홍택의 지금은 말할 수 있다] <58> 뽀빠이 이상용의 '오뚝이' 인생

입력
2009.05.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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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도 아니고, 가수도 아니고, 그렇다고 코미디언도 아니고, 요즘말로 전문 MC인가? 굳이 알맞은 표현을 하라면 그는 토털 엔터테이너라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누군가가 아직 섭외를 하지 않아서 그렇지, 뮤지컬 출연을 해도 잘 할 것이다.

키가 작으면 작은 대로 그에 걸맞은 역할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피터 팬> 은 어떨까. 혹은 만화영화 '뽀빠이'를 뮤지컬로 만들어서 그가 주인공을 맡으면 어떨까.

나는 뽀빠이 이상용을 '오뚝이'라고 부르고 싶다. 넘어뜨리면 벌떡 일어나는 텀블링 인생이다. "누구든 나를 넘어뜨려봐라. 넘어진 채로 누워 있지 않는다"가 그의 철학이다. 실제로 그는 여러 번 시련을 겪었다. 얼마 전에는 그가 창립한 '어린이보호회' 금전비리 혐의로 마음고생이 아주 컸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무혐의'로 끝이 난 후에도 그는 속이 많이 상한 모양이다.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를 대서특필한 언론들이 무혐의로 밝혀진 후에도 대서특필해 줬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은 것이 섭섭한 모양이다.

방송활동을 비롯한 모든 연예생활을 일단 접고 두문불출하면서 그는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고 한다. 심지어 세상을 등질 생각까지 했다는 것이다. 단칸 셋방을 얻어 살면서 그 좋아하는 운동도 쉬고, 평생 피우지 않던 담배도 두어 개피 피워 물어 보기까지 했던 모양이다.

담배는 물론 그는 평생 술을 입에 대지 않는 독한 면이 있다. 어려운 시간을 잘 보내고 그는 지금 그야말로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나서 다시 지난날에 버금가는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그의 말처럼 인생 이모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대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와서 고려대학교에 입학을 하고 보니 전국각지에서 온 학생들 사이에서 좀 튀어보려면 남들이 안 하는 특이한 짓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응원단장을 자원했다. 고려대 응원단장, 이거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연세대 응원단장보다 잘 한다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큰 부담이 있다.

그는 어려서부터 갈고 닦아온 '몸짱'으로 승부를 하게 되었다. 160cm도 채 안 되는 작은 키지만 오히려 그걸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이용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만족하지 않고 연예계로 진출하기로 한 것은 졸업하기 직전이었다. 그가 나를 찾아와서 만난 것이 바로 그 무렵이다.

이상용은 나를 만나더니 다짜고짜 웃옷을 벗어 재끼고 몸의 근육, 쉽게 말해서 '알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놀랍기도 하고, 우습기도 했는데 "이거 왜 이러셔?"하고 내가 물었더니 "이렇게 해야 저를 오래 기억하실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그 때부터 그는 엔터테인먼트계의 '물건'이 될 기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뽀빠이가 미국의 뽀빠이 보다 훨씬 더 유명해 질 것이라는 포부도 그는 가진 모양이었다. 곽규석이라는 본명보다 '후라이보이'라는 예명이 더 알려졌듯이 그도 이상용이라는 본명보다 '뽀빠이'라는 예명이 더 많이 알려지고 있다.

그가 가지고 있는 또 하나의 장점은 인맥이 깊고 넓다는 점이다. 정말로 아는 사람이 많다. 본인의 말처럼 그는 얼굴이 두껍게 타고 난 모양이다. 도무지 수줍어하는 모습이 없다.

처음 만난 사람들과 조금 이야기하다 보면 마치 오랫동안 친하게 알고 지낸 사람처럼 되고 만다. 이것은 큰 장점이다. 사람을 사귀면 '형님 동생'하며 아주 가까이 지낸다. 정치를 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하고 언젠가 물어 봤더니 "안 그래도 몇 차례 제의가 들어 왔었는데 싫다고 했어요. 그냥 이대로가 좋거든요"라고 대답한다.

정치인들 뿐 만이 아니라 경제계 인사들과도 교류가 넓다. 대기업의 총수들이 벌이는 파티에서 뽀빠이는 최고의 인기를 누린다. 이건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그에게는 장점이 또 있다. 기억력이 좋다. 19세 이하 청취 불가인 섹스 조크를 몇 백 개, 아니 천 여 개 이상 외우고 다닌다. 함께 밥을 먹을 때 누구든지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갑자기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바람에 입안에 있는 밥알이 튀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을 실컷 웃겨 놓고 정작 본인은 시치미를 뚝 떼고 앉아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가 기억력이 좋은 면도 있긴 하지만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손바닥만 한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면서 계속 메모를 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끈기가 대단한 사람이다. 우선 TV 프로그램인 <우정의 무대> 만 해도 그렇다. 육해공군 해병대 부대를 찾아가서 가수들이 출연하고 장병들이 나와서 장기자랑을 하고 마지막에 어머니를 만나는 가슴 뭉클한 프로그램인데 무려 30년간 진행을 맡았다.

그 뿐이 아니다. 한국일보가 매주 셋째 주 일요일 아침 남산에서 개최하는 <거북이 마라톤> 행사의 진행을 이상용이 1978년 제1회 대회부터 지금까지 빠지지 않고 맡아 오고 있다. 얼마나 끈질긴 성격인가. 어쩌면 책임감 때문일런지도 모르지만 이거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1944년생이니까 그도 벌써 초보 '지공생(지하철 공짜로 타는 인생)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잠자는 시간이 아깝다고 말한다. 새벽 5시에 잠자리에서 일어나 운동을 하고 수첩 속에 깨알처럼 적혀 있는 스케줄대로 하루 종일 움직이며 바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는 숙제가 있을 것이다.

그 자신이 그림을 그리다가 중도에 좌절된 어린이 보호 사업이다. 항상 즐거워 보이고 언제나 남들을 웃겨주려고 노력하는 뽀빠이 이상용의 어깨는 그래서 무거워 보인다. "제가 지금은 방송출연하고 바쁘게 살지만 언제고 다시 어린이와 함께하는 봉사 사업을 할 겁니다. 꼭 할 겁니다. 믿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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