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왕궁의 내부는 어떻게 장식했을까. 궁궐은 임금과 왕실의 생활공간일 뿐 아니라 정사가 펼쳐지는 공적인 공간이기도 하기에 전각마다 아름답고 화려한 장식을 더해 왕실의 권위를 표현했다. 실내 창호나 벽면에는 왕실의 번영을 기원하는 장식 그림들을 부착해 치장하는 전통이 있었다.
우리가 아는 궁궐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속살을 소개하는 '궁궐의 장식그림' 전이 1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개막했다. 창덕궁의 문과 창을 장식한 그림을 중심으로 벽면에 부착한 부벽화(付壁畵) 등 모두 21건 60점이 나왔다. 대부분이 일반에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창덕궁의 장지(방과 방, 또는 방과 마루 사이에 칸을 막아 끼우는 문)를 장식했던 4짝짜리 그림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화려한 채색으로 국왕의 권위를 상징한다. 총 16짝으로 이뤄진 '십장생도(十長生圖)' 창호는 무병장수를 기원한다. '화훼괴석도(花卉怪石圖)'는 운현궁의 벽화 그림이다.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봉황도'와 '공작도'로 이뤄진 쌍폭 그림은 어느 궁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조선 왕실 침전의 내부에 부착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그림은 국립문화재연구소가 국외 한국문화재 보존처리 지원사업에 따라 국내로 들여와 보존수리를 완료한 것으로, 이번 전시가 끝나면 아쉽게도 바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순종과 순원왕후의 안위를 위해 희정당과 대조전, 경훈각 등 창덕궁 침전(寢殿) 대청 동ㆍ서 벽면에 부착한 대형 부벽화 6점은 실물을 옮겨올 수 없어 영상자료로 재현했다.
정종수 국립고궁박물관장은 "화려한 외관에 가려졌던 궁궐 내부 모습을 장식 그림을 통해 소개하는 동시에, 궁궐 실내 공간 구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전통 창호나 장지 등의 쓰임에 대해서도 조명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 5일까지, 21일과 6월 18일에는 박물관 강당에서 특별강연회가 열린다. (02)3701-7634
김지원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