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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386들, 이대로 스러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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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386들, 이대로 스러지는가

입력
2009.05.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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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생인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나이로만 보면 우리의'386세대'가운데 맏이쯤에 해당한다. 오바마 대통령이 컬럼비아대, 하버드대 등을 다니며 빈민운동에 몸담기도 했던 1980~90년대에 그의 한국 동년배들은 독재ㆍ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민주화 운동에 젊음을 불살랐다. 참 안타깝지만 이런 비교는 그저 육체적 나이에 관한 것일 뿐이다. 미국에서처럼 우리의 386들도 대통령을 할만한 때가 됐다는 얘기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미 최고 지도자를 끌어들여 우리 386세대의 정치적 가능성을 포장하려는 시도는 부질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거치면서 386세대 정치인들에게 분열과 기회주의, 오만과 무능력에 이어 부패의 꼬리표까지 나붙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 그렇다.

386세대는 정치권 수혈 과정에서부터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왔다. 15대 국회 때 시작된 이들의 정계진출은 16~18대 국회로 이어지면서 공천을 둘러싼 386 내부의 과열경쟁, 무원칙한 여야 넘나들기 등으로 인해 곳곳에 분열의 씨앗을 뿌렸다. 개혁ㆍ진보의 상징이던 그들의 정체성은 퇴색했고 서로간에'내가 먼저, 더 많이'얻겠다는 권력추구의 욕망에 매몰되는 모습이 목격됐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의 '참여 정부','탄핵역풍'이 몰아친 17대 국회를 지나면서 386들에게 찍힌 다른 낙인은 오만과 무능이었다. 그들은 옥석이 가려지지 않은 채 정치판에 쏟아져 들어왔고 변화에 무지하고 정통하지도 않은'좌익에의 향수'로 변두리 좌파정책에 집착했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은 정권을 내줬지만 우리당 386들은 뼈를 깎는 자성과 와신상담 대신 기회주의적 처신으로 정치적 연명을 택했다. 지금 우리당 후신인 민주당 386들도 정치적 보스들에 기댄 채 노 전 대통령과 지난 정부에 대한 어떠한 사죄도 없이 살아남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10년만에 정권을 되찾은 한나라당 386들이라고 해서 나을 것이 없다. 정당이라고 부르기가 창피할 정도로 친이계와 친박계의 갈등이 곪아터지고 있는데도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청와대의 실정이나 공공연한 비밀인 비공식 실세'형님'에 대해선 침묵으로 일관했다.

빗나간 행동보다 더 해악이 클 수 있는 무작위, 무기력이 한나라당 386들을 짓눌러온 것이다. 4ㆍ29재보선 참패이후 국정쇄신 등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등을 떠밀린 듯한, 여전히 눈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오죽하면"소장파들의 문제는 무기력 이라기보다 차기 공천을 의식한 약삭빠른 양다리 걸치기"라고 자조하겠는가.

여야를 막론하고 386 정치인들을 비판하기는 입이 아플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 그들이 스스로 마지막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고 싶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는 필자가 386세대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386에 대한 기대를 접고 무작정 기다리기에는 지역ㆍ계파정치 부활, 권위주의 회귀, 여야간 정치실종 등 지금 거꾸로 가는 정치의 모습이 너무 위태롭다.

2012년 대선까지 3년7개월이 남았지만 이대로 가면 그 대선은 지역 맹주들의 각축이 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 무소속 정동영 의원,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 등장인물도 2007년의 재판이 될 것이다. 감히 386 대망론을 말하는 것은 누구라도 여기에 제동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선 모든 것을 걸고 거듭나야 한다.

고태성 정치부 차장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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