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에 대한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주 천 회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 18곳과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맡았던 서울지방국세청을 압수수색하고 국세청 간부들도 조사했다. 천 회장의 휴켐스 주식 보유ㆍ매각 등 천 회장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 간 의심스런 거래도 추적 중이고, 기업 인수ㆍ합병 과정에서의 세금 탈루 여부 등 천 회장의 개인비리도 조사하고 있다. 일견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와의 형평을 고려해 성역 없이 '살아 있는 권력'에도 메스를 대려는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천 회장 수사에 임하는 검찰의 태도에서는'죽은 권력'을 수사하던 때와 다른 온도차가 느껴진다. 천 회장과 관련된 자금거래를 광범위하게 추적하면서도 대선 자금 수사는 하지 않겠다고 미리 선을 그은 것부터가 그렇다. 수사는 '살아 있는 생물'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법인데, 사전에 범위와 한계를 정해놓은 수사라면 국민들이 그 수사결과를 신뢰할 리 만무하다.
천 회장의 개인비리 수사도 마찬가지다. 검찰은 초기부터 천 회장 자녀들의 세금 납부내역 등을 조사했다. 물론 곁가지인 개인비리를 파고들어 수사 본류에서 원하던 성과를 얻어내려는 수사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야당의 지적대로 "천 회장을 개인비리로 처벌한 뒤 수사를 끝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가 왜곡된 정황이 없다"며 국세청 압수수색 자료를 하루 만에 돌려주고,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소환조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것도 의문만 더해 준다.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가 결과적으로 실패한 로비였다 해도 로비의 전말, 관련자들의 행적, 대가 지급 여부 등 실체적 진실 규명을 소홀히 하는 것처럼 비치게 해서는 안 된다. 검찰이 국민들에게 누군가를, 무언가를 보호하려는 듯한 인상을 준다면 수사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살아있는 권력에 더 엄하게 대처하는 것이 검찰이 사는 길이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정황과 단서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뚜벅뚜벅 큰 걸음을 내딛는 수사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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