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경북 포항시 포항문화예술회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 패러다임을 선도하기 위한 이색 행사가 열렸다. '온실가스 줄이기 100만인 서명, 범도민 그린스타트 운동 실천 다짐대회'였다. '지속 가능한 성장'은 이제 더 이상 글로벌 차원에서나 하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입장에서도 발등의 불임을 실감케 하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이병욱 환경부차관 등 지역 기관ㆍ단체장과 기업인, 지역주민 등 1,000여명이 참석해 그린스타트 운동에 동참할 것임을 다짐했다. 저탄소형 생활문화를 확산하자는 범도민 실천운동의 시작인 셈이었다.
경북도는 이날 지역 대표 기업인 포스코, 삼성전자와 '1사 1기후 운동' 실천협약을 체결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고효율의 무전극 점등 제어설비 등 신기술을 적용한 조명등 전력 절감장치를 설치ㆍ운영키로 했고, 삼성전자 구미공장은 저탄소 친환경 제품의 개발을 통한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키로 약속했다.
경북도가 그린에너지 산업의 메카를 선언했다. 녹색성장의 생활화를 위한 시민운동 등 붐 조성에 머물지 않고 관련 기업 유치와 제도적 장치 마련 등 경제, 사회, 문화 전 분야에 걸쳐 녹색성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나선 것이다.
김관용 지사는 "그린스타트 운동 실천 서명을 시작으로 300만 도민이 온실가스 줄이기 운동에 모두 참여하는 등 경북도가 저탄소 녹색성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경북 녹색성장 정책의 핵심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이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단지와 관련 산업을 유치하는 등 신재생에너지를 경북의 대표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것. 5+2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에 그린에너지 산업이 포함된 것을 계기로 청정에너지와 부품소재 관련 기술 개발 및 신규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세부 사업으로는 2021년까지 포항시, 경주시와 영덕군, 울진군에 4조4,000억원을 들여 지역별로 특화한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또 경주시 양북면 일대에 2013년까지 100만평 규모의 그린에너지 전용 산업단지를 조성, 국내 최고의 신재생에너지 집적지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 그린에너지 연구ㆍ개발(R&D)센터를 건립하고 녹색기업을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
투자유치조례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거나 개정해 특별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주요 유치 대상 기업은 풍력 태양광발전 등과 관련된 부품소재기업과 하이브리드카 부품소재, LED, 2차전지, 양성자ㆍ방사광가속기 활용업체 등이다.
경북도는 전용단지 조성에 앞서 이미 신재생에너지 관련 기업을 상당수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소디프신소재, 웅진폴리실리콘, STX솔라 등 태양광발전 모듈 생산에 필요한 특수가스와 웨이퍼 생산업체들이 구미, 상주, 영주시 등에 입주해 있다.
경북에 비교우위가 있는 풍력발전도 영덕, 영양, 청송 등지의 발전단지와 더불어 경주ㆍ포항시 등지에 관련 부품업체가 속속 들어서는 중이다. 구미공단에는 엑손모빌 등이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등 2차전지 생산시설을, 포항에는 포스코파워 등이 발전용 연료전지 생산시설을 각각 가동 중이다.
● 울릉도 그린시티 추진
경북도는 녹색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바로 울릉도를 신재생에너지 전용섬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일반 가정과 상가에서 사용하는 모든 전력과 휘발유 등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수용용 차량 등의 에너지를 풍력과 태양광발전으로 충당, '화석연료 제로화 도시'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기본 개념은 울릉도 곳곳에 태양광발전소와 풍력발전단지를 조성, 일반 가정과 관공서 등이 사용할 전력을 공급한다는 것. 경북도는 신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취약점인 일정치 않은 전력생산 문제의 해법을 수소에서 찾고 있다.
원리는 이렇다. 밤이나 구름이 낀 날, 그리고 바람 한 점 없는 날에 대비해 평소 생산한 전력 중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 해 저장한다.
저장한 수소는 수소자동차에 직접 주입하거나 풍력 및 태양광발전량이 부족할 때 발전용 연료전지에 공급한다. 문제는 이 과정에 안전하면서도 효율적인 수소저장기술과 전기분해기술이 필요하다는 점.
도는 내년까지 수소경제 실증 시범단지를 구축해 경제성과 기술적인 문제점을 검토한 뒤 중앙정부에 울릉도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해 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울릉도는 육지와 고립된 섬 지역으로 공해업소가 전무한데다 인구가 1만명 내외로 규모도 적절하다"며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국산화 제품의 우수성을 확인하고 관련 기술 및 시스템 개발ㆍ공급을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
● 녹색뉴딜을 활용한 고용 창출
경북도는 녹색성장 전략에 따른 고용창출 사업으로 ▲클린코리아 실천 ▲폐기물 자원재활용 투자 확대 ▲폐기물 안정적 처리기반 구축 ▲사용종료 매립지 재개발 ▲가축분뇨 공동자원화시설 설치 ▲낙동강ㆍ백두대간 에코벨트 설치 등을 추진키로 했다.
클린코리아는 도심은 물론 산야와 공원 등의 묵은 쓰레기를 수거해 깨끗한 경북을 만드는 한편 일자리 창출과도 연계한다는 것. 또 폐기물 자원재활용 확대를 위해 2017년까지 2,227억원을 투입해 폐기물을 이용한 발전, 가스생산시설 등을 집중 설치하기로 했다.
특히 2011년 말까지 하루 100톤을 처리할 수 있는 가축분뇨 공동 자원화시설을 설치해 축산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한편 도내 축산업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방침이다.
■ 김관용 경북도지사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이제 선택사항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며 그린에너지산업과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 구축에 주력할 것임을 내비쳤다.
수도권에 비해 낙후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라도 걸음마 단계에 있는 그린에너지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기존 원자력발전소 등을 중심으로 전ㆍ후방 연관산업을 육성하는 전략으로 저탄소 녹색성장을 리드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지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에너지의 97%를 수입하고 있는 세계 에너지 10대 소비국으로, 2013년부터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대상국이 된다"며 "국제경제의 패러다임이 탄소경제에서 녹색경제로 바뀌는 상황에서 자치단체도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정부에 앞서 그 동안 '경북형 녹색성장'의 틀을 구축해 온 만큼, 이제 본격적으로 관련 정책들을 실현할 단계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구성한 녹색성장추진위원회는 기업인과 대학교수, 언론계, 민간 사회단체 등의 전문가 30여명이 경제에너지 투자통상 문화관광 환경해양산림 농수산 건설도시 6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각 분야의 녹색성장에 대한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등 씽크탱크 역할을 수행한다.
낙동강ㆍ백두대간 프로젝트도 역점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김 지사는"낙동강 정비사업과 함께 백두대간을 따라 조성 중인 테라피단지와 각종 생태공원 등 관광인프라로 에너지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굴뚝 없는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낙동강 정비를 통해 수상레저타운과 레포츠단지 등을 만들고, 백두대간 산지에 관광과 휴양, 생태체험장을 조성하는 등 에너지 저소비형 관광산업 육성으로 녹색성장을 실천한다는 것.
특히 동해안에너지클러스터는 경북도 녹색성장의 핵심축이다. 2020년까지 경북 동해안 4개 시ㆍ군에 4조3,000억원을 투입해 청정에너지산업벨트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경주시에는 원자력, 포항시 연료전지, 영덕군 풍력발전, 울진군 바이오산업 등으로 특화해 산업단지를 조성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할 방침이다.
원전도 저탄소 녹색성장에서 빼 놓을 수 없다. 경북은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 20기의 절반이 몰려 있는 원전산업의 중심지다. 또 경주에 2기, 울진에 4기를 추가 건설 중이다.
더욱이 정부는 고유가시대에 대비해 원전 추가 건설을 추진 중이고, 그 중 상당수가 경북에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 원자력은 경북 에너지산업의 핵심인 셈이다.
"방폐물 등의 논란이 있었지만 원전 자체만 보면 그 무엇보다 탄소배출이 적은 저탄소산업"이라며 "양성자가속기와 중저준위방폐장 등을 기반으로 연료전지와 풍력, 관광 등이 어우러진 환동해에너지산업벨트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충분한 경제성을 확보할 때까지 원전이 그 밑바탕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지사는 경북만큼 그린에너지 사업 추진에 뛰어난 지역 여건을 갖춘 곳도 드물다고 강조한다. 그는"경북은 1,000리 해안선과 해양심층수, 풍부한 바닷속 광물 등을 갖추는 등 다른 어느 지역보다 그린에너지 사업을 하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며 동해안에너지산업벨트 구축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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