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5박6일 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11일 귀국했다.
미국 내 일정보다는 국내 현안으로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외유 길이었다. 이 때문인지 이날 인천국제공항에는 한나라당 허태열 서병수 이경재 유기준 이성헌 이인기 이혜훈 최경환 최구식 한선교 현기환 허원제 홍장표 의원, 친박연대 노철래 양정례 송영선 의원 등 측근들을 비롯해 지지자 400여명이 몰려들었다.
귀국 비행기에서 내린 박 전 대표는 조기전대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은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며 희미한 미소만 띄웠다. 귀국 소감을 묻는 질문에도 "이미 다 말씀을 드렸다"고만 했다. 귀국 후 박 전 대표의 행보를 짐작케 하는 반응이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는 이미 미국에서 할말을 다 한 만큼 향후 도드라지는 활동을 하기보다는 조용한 행보를 선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그랬다. 2007년 당내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 측과 경선룰을 다툴 당시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입장을 간결하지만 강한 표현에 담아 던져놓고선 침묵 속에서 상대의 반응을 기다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수순을 밟을 것 같다. 당분간 침묵을 지키며 주류측 반응을 기다리는 것이다.
박 전 대표가 미국에서 한 얘기를 요약하면 "지금 공천 시스템 등 당 운영의 원칙이 안 지켜지고 있다. 이것이 4ㆍ29재보선 패배의 한 원인인데 지금 누구를 탓하느냐"다. 당 주류 측에 앞으로는 당 운영의 원칙을 지킬 것이냐를 물은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당분간 그 답을 기다릴 것이다.
물론 박희태 대표가 회동을 제의한 만큼 두 사람의 만남이 머지 않아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이에 대한 얘기가 오갈 수 있다. 하지만 주변의 얘기를 종합하면 박 전 대표측은 박희태 대표와의 회동에 대해선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것 같다.
한 친박 의원은 "당 화합을 위해 현재 박근혜 전 대표나 박희태 대표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 별로 없다. 당 화합의 키는 이명박 대통령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은 "현 상황을 풀려면 우선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회동한 뒤에 뭔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며 "그것 외엔 갈등의 골을 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당분간 친박 의원들도 '끼리 끼리' 모임을 자제하고 상황만 지켜볼 것이라고 한다. "모임을 갖는 자체가 또 다른 오해를 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한 친박 의원은 "5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가는 쇄신위에서 어떤 얘기들이 오가는지를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