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 LG OB가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시절이 있었다.
걸출한 스타 플레이어와 탄탄한 지역 연고, 라이벌 구도를 기반으로 프로야구 출범 이후 90년대까지 한국 야구의 중흥을 이끈 명문 팀들이다.
역대 총 관중수에서도 지난해까지 LG가 1위(1,847만1,110명), 두산이 3위(1,354만7,498명), KIA가 5위(773만2,488명)에 올라 있다. 그러나 2000년대 LG와 KIA가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3강 구도는 깨졌다. 두 팀은 최근 4년간 꼴찌를 두 차례씩 번갈아 했다.
올시즌 16년 만에 세 팀의 동반 4강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LG는 11일 현재 선두 SK에 3.5경기 뒤진 단독 2위를 달리고 있다. LG는 지난해 꼴찌 수모를 뒤로 하고 최근 8연승까지 달리는 등 절정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LG에 충격의 3연패(5~7일)를 당했던 두산도 한화를 홈으로 불러들여 3연전을 독식하며 단독 3위를 지켰다.
여기에 KIA가 야금야금 승수를 챙겨 4위 삼성에 0.5경기 뒤진 5위까지 올라섰다. KIA는 8개 구단 가운데 마운드가 가장 튼실하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세 팀의 동반 포스트시즌 진출은 꿈이 아니다.
세 팀이 마지막으로 함께 가을잔치에 나간 건 지난 93년. 해태가 통산 7번째 우승을 달성했고, 삼성이 2위, OB와 LG가 뒤를 이었다. 프로야구 최고의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3강의 선전으로 프로야구는 사상 첫 400만 관중(443만7,149명) 시대를 열었다.
세 팀은 95년에도 모두 페넌트레이스 순위 4위 안에 들었으나 3위와 4위 간의 승차가 3.5경기 이상일 경우 준플레이오프를 치르지 않는다는 당시 규정에 따라 3위에 4.5경기 뒤진 4위 해태가 가을 잔치에 나가지 못했다.
LG와 KIA가 함께 4강에 진출한 건 2002년, KIA와 두산은 2004년, 두산과 LG는 2000년이 마지막이다. 16년 만에 동반 진출을 향해 순항하고 있는 세 팀의 행보는 시즌 초반 초미의 관심사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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