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가라앉았던 은행주가 최근 각종 경기지표의 개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주요 은행의 건전성을 따지는 '스트레스 테스트'와 국내 주요 은행들의 실적이 비교적 양호하게 드러남에 따라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기급등에 대한 부담이 크고, 안도감에 따른 기대심리가 높게 반영됐다고 입을 모았다. 투자하되 개별 종목 선택에 신경을 좀 더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근 은행주의 상승을 이끈 것은 무엇보다 기대심리다. 2, 3월 연이어 각종 경기지표가 호조를 띄면서 경기 바닥론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특히 시장의 악재 요인이었던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불확실성 해소로 받아들여지면서, 국내 은행주들도 탄력을 받고 있다.
주요 국내 은행의 1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이후 은행관련 주가가 급등한 것은 경기지표 호조에 대한 기대심리가 주가에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향후 충분한 가격 메리트, 기업구조조정의 가시화, 글로벌 금융시스템 안정 등 전제조건이 충족된다면 계속해 상승 랠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심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기대심리가 아닌 정확한 실력(펀더멘털)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최근 은행들의 주가가 많이 올랐지만 이는 최악의 상황을 반영해 많이 빠졌던 것에 대한 회복일 뿐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미국 주요 은행들의 테스트 결과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으나 미국 변수에 한정될 뿐 지대한 효과를 가지고 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시중에 자금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돈이 잘 돌지 않는 모습이고 ▦비우량 기업의 자금 조달 상황은 크게 개선되기 어려워 보이며 ▦미흡한 은행의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은 은행의 리스크로 다시 부각될 여지가 있고 ▦경제지표의 개선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수 있다면서 펀드멘털 개선에 대한 추가확인이 선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도 단기적인 추가 상승여력은 조금 남아있다는 평이다. 한정태 연구원은 "이미 주가가 확장국면에 있기 때문에 대부분 같이 올라가게 될 것"이라며 "큰 폭으로 오른 종목을 제외한다면 부산은행, 대구은행, KB금융 정도는 조금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도 "아직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은행주가 추가 상승여력은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기대심리와 현실실적의 괴리가 얼마나 줄어들지 여부에 촉각을 기울여야 한다는 얘기다.
강지원 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