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7년 이상 성관계를 갖지 못했더라도 배우자의 해결 의지가 있다면 이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10단독 김현정 판사는 A(37)씨가 아내 B(36)씨를 상대로 낸 이혼청구를 이 같은 이유로 기각했다.
11일 법원에 따르면 1999년 결혼한 A씨와 B씨는 결혼 초기 몇 차례 성관계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7년이 넘도록 한 번도 관계를 갖지 못했다. 그러자 남편은 "아내가 정당한 이유없이 성관계를 거부하고, 사치가 심할 뿐 아니라 시댁 일에 무조건 반감을 드러내는 등 혼인관계를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을 맞았다"며 2007년 8월 법원에 이혼 소송을 냈다.
그러나 아내는 "신혼 초 성관계에 실패한 이후 남편이 의도적으로 관계를 피했고, 아이를 갖자고 해도 남편이 경제적인 이유로 반대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하며 이혼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아내가 성관계를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볼 이유가 없고, 성문제에 대해 전문가의 치료와 상담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노력에 따라 혼인의 파탄을 피할 수 있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또 2007년 1월까지는 이들 부부가 성관계 없이도 원만한 결혼생활을 해왔던 점을 들어, 성적인 문제를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통상적으로 배우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성관계를 거부한다는 점이 입증되는 경우에는 민법 제840조(재판상 이혼 원인)의 6호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로 보아 이혼 판결을 내린다. 이와 반대로 배우자의 의사에 반하여 과도하게 성관계를 요구하는 것을 이혼 사유로 인정한 판례도 있다.
이영창 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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