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은 올해 1월 우크라이나를 해외식량생산 거점으로 구축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2015년까지 헤르손, 니콜라예프, 장코이 등에 서울 면적의 2.5배에 해당하는 15만㏊를 농지로 조성하자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콩, 옥수수, 밀, 쌀 등 곡물자원은 물론 사탕무 등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투자해 곡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고급 농산물은 유럽으로 수출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항공우주기술 농업 강국
한반도 3배 크기의 우크라이나는 매년 5,000만톤에 달하는 곡물을 생산해 30% 정도를 수출하는 농업 강국이다. 온대, 아열대, 지중해성 등 농업에 적합한 기후를 갖고 있는데다 흑해를 끼고 있어 농산물 운송 인프라가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홍완석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장은 "우크라이나는 세계에서 가장 비옥한 흑토로 덮여 있으며, 소비에트 시절에는 연방에 필요한 식량의 25%를 공급한 '빵 바구니'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저장창고와 가공설비 등 농업기반시설이 미약하고 사유화가 덜 진행돼 적지않은 농산물이 버려지고 있다. 한국대사관 측은 "활용도가 낮은 비옥한 토지를 임대하고 저장과 수송 인프라를 확보하면 훌륭한 해외식량기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카길 등 다국적기업과 폴란드 등은 우크라이나 농지의 사유화에 대비, 경쟁적으로 농토를 구매하고 있다.
항공우주기술은 우크라이나가 자랑하는 최고의 자산이다. 소비에트 시절 비행기, 미사일, 로켓 등 첨단기술 연구소와 공장 등이 밀집했던 탓에 시설과 인력이 우수하다. 동부지역에 자리잡은 드네프로페트로프스크 공장은, 비록 과거에 비해 인력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로켓을 제조해 수출하고 있다.
항공우주산업을 적극 육성중인 중국과 인도 등은 일찍부터 우크라이나의 기술력에 눈떠 상호협력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국의 진출은 미미하다. 대사관 관계자는 "한국의 국립 연구소와 기업들이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벨라루스도 반도체디자인과 소재산업 등 기초과학 강국이지만 한국과의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물류거점 활용가치 높아
현지 전문가들은 두 나라의 잠재력과 지정학적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국적기업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진입 장벽이 높은 러시아와 달리, 이 두 나라는 미개척시장으로 저평가된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인구가 4,700만명이나 돼 그 자체로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비에트의 3억 시장을 잡기위한 물류거점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LG전자 등 일부 기업은 이 같은 잠재력을 중시, 금융위기 이후에도 현지 마케팅 활동을 축소하지 않고 있으며 그 덕에 높은 기업 이미지가 유지하고 있다. 윤성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지 제조업체가 거의 없고 이제 막 소비에 눈을 뜬 계층이 두터워 초기 시장 정착을 잘 하면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관료주의와 부정부패가 만연한 점은 최대의 투자제약 요인이다.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한국기업 관계자는 "인허가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세금과 규제가 많아 기업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외국기업의 상당수가 현지 판매법인 설립을 꺼리고 있다. 벨라루스도 유럽연합(EU)에서 인권탄압 국가로 낙인 찍혀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키예프ㆍ민스크=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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