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8년 시작돼 반 세기 넘게 계속돼온 한국 역사학계의 '학술 올림픽'인 전국역사학대회가 반쪽 행사가 될 위기에 처했다. 행사 개최뿐 아니라 진보ㆍ보수 갈등으로 인해 역사학계 자체가 분열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커지고 있다.
11일 역사학계에 따르면 29~30일 서울대에서 역사학회(회장 노명호) 주관으로 열리는 제52회 전국역사학대회에 한국사연구회(회장 조광)와 한국역사연구회(회장 한상권) 두 단체가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진보 성향인 한국사연구회와 한국역사연구회는 다른 역사 관련 학회보다 회원 수도 많고 영향력도 크다는 점에서 두 학회의 불참으로 인해 대회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두 학회는 불참 이유로 역사학회의 독점적인 행사 운영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사연구회 관계자는 "역사학회의 위상이 예전과 같지 않아 2000년부터 여러 학회들이 대회를 돌아가면서 주관하도록 요구했지만 역사학회의 태도가 바뀌지 않고 있어 올해는 일단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역사학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지난해초 우편향 역사서인 <대안교과서 한국근현대사> 발간에서 촉발, 정부의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방침으로까지 이어진 일련의 사태를 둘러싼 역사학계 보혁 갈등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대안교과서>
한국사연구회 관계자는 "정부의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 요구에 대해 지난해 20여개 역사학 관련 단체들이 반대성명까지 냈지만 역사학회는 침묵했다"며 "외부의 압력을 막아주고 큰형 노릇을 해야 할 역사학회의 침묵에 대해 많은 회원들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노명호 역사학회 회장은 "2004년 학회간 협의를 거쳐 전국역사학대회를 주관할 의사가 있는 학회는 이를 개최할 수 있도록 결정했지만, 신청하는 학회가 없어 부득이하게 역사학회가 이를 주관해왔다"며 "모든 역사학회를 아우르는 대회 운영 방식에 대해 조만간 논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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