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총선에서 자민당 정권의 교체를 노리던 일본 민주당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11일 대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오자와 대표는 최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자신의 비서가 기소된 이후 사임 압박을 받아왔다. 유력한 차기 총리로 거론되며 존재감을 과시해온 제1 야당 대표의 교체로 다가오는 일본 총선 판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자와 대표는 이날 오후 도쿄(東京) 민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다가오는 중의원 선거의 필승과 정권 교체 실현을 향해 당의 일치단결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 몸 던져 대표직을 사임하기로 결심했다"고 발표했다.
오자와 대표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하는 새 정권을 만들어 일본의 경제 사회를 근본에서 바꿔나가고 의회 민주주의를 정착시키는 것은 민주당의 역사적인 사명이자 나의 정치적인 최종 목표"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당내의 결속과 단결이 불가결"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현재 국회에 제출된 "2009년도 추가경정예산안 통과 이후 새 대표 선거를 치르겠다"며 "새 대표와 함께 선거 필승을 위해 최전선에서 싸워나가겠다"고 말했다.
오자와 대표의 사임에는 3월 초 그의 비서가 정치자금규정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체포된 이후 이어진 당내의 사퇴 압력과 지지율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일본은 의원 개인이 기업의 헌금을 받지는 못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 비서는 정치단체를 통하는 방식으로 니시마쓰(西松)건설의 자금을 받은 혐의로 3월 24일 기소됐다.
사건 직후에는 총선을 앞둔 야당 탄압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으나 결국 여론은 "오자와를 믿을 수 없다"는 쪽으로 흘러갔다. 오자와 대표는 올해 초 여론조사에서 총리 적임자로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를 크게 앞질렀지만 사건 이후 역전 당했고 정당 지지율도 하락했다.
오자와 대표가 무혐의 주장을 반복하며 버티자 당내에서 반발 여론이 확산된 것도 사임을 재촉했다. 당초 일부 젊은 의원을 중심으로 제기된 '사임론'은 최근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전 정조회장, 마에하라 세지(前原誠司) 전 부대표 등 당 간부들로까지 확대됐다.
민주당은 서둘러 새 대표를 선출하는 등 당의 동요를 최소화할 전망이다. 이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부대표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사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하지만 대표 선출이 당내 결속력을 해치지 않고 치러질지, 오자와 1인 리더십에 크게 의존해온 민주당의 새 체제가 이후에도 정권 교체 바람을 계속 몰아 갈 수 있을지 미지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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