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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생까지 빼닮은 詩人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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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인생까지 빼닮은 詩人형제

입력
2009.05.11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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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은 중학교 때부터 탁월한 시적 재능으로 고향 부산에서 문명(文名)을 날렸지요. 시인이자 출판인으로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생이 자랑스럽습니다."(김종해)

"제게는 문학적인 사표도 없었고 마흔이 넘어서 시작한 출판사업에 스승도 없었는데, 지금 와 되돌아 보니 형님이 제게 문학과 출판의 스승이었습니다."(김종철)

시인이자 출판인인 김종해(68) 문학세계사 대표, 김종철(62) 문학수첩 대표 형제는 서로를 그렇게 이야기했다. 형제는 문학으로나 사업으로나 동반자이자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마침 두 사람의 출판ㆍ문학인생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잇달아 열려, 형제의 개인사로서뿐 아니라 우리 문단과 출판계에도 남다른 의미를 주고 있다.

형 김종해 시인은 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문학세계사 창립 30주년 행사를 연다. 1963년 등단한 김씨는 정음사에서 10여년 편집자로 일하다 1979년 서울 중구 장교동에 문학 전문 출판사인 문학세계사를 창립했다.

이후 박목월 시인의 유고 수상집 <내 영혼의 숲에 내리는 별빛> 을 필두로 올해까지 30년 동안 1,000여권이 넘는 책을 펴냈다.

한국시인협회장을 역임한 중진 시인인 그가 만든 문학세계사의 출판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역시 시집이다. 1980년 3월 시작한 '문학세계 현대시선집' 시리즈는 현재 198권에 이르고 있다.

그 중 김초혜 시집 <사랑굿> 과 김일엽 시집 <그대는 별로 뜨고> 등은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 1979~85년 시 낭송 및 시극 공연인 '현대시를 위한 실험무대'를 민예극단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등 시와 대중의 소통에 각별한 노력을 쏟았던 김씨는 2002년에는 계간 시 전문지 '시인세계'를 창간했다.

시 외에도 번역물인 헨리 밀러의 <북회귀선> ,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등도 이 출판사의 화제작이다. 최근에는 아멜리 노통브, 주제 사라마구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했다.

196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한 김종철 문학수첩 대표는 11일 등단 40주년을 기념해 시선집 출간 및 시 낭송회 '못과 삶과 꿈이 있는 시의 밤' 행사를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 서울'에서 열었다.

납활자 인쇄본으로 출간된 시선집 <못과 삶과 꿈> (시월 발행)에는 정지용문학상, 가톨릭문학상 등을 수상한 김씨의 시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대표시 100편이 묶였다. 등단작 '재봉'부터, 최근작 귀향' 등 삶의 근원적 슬픔과 희망을 '못'을 모티프로 노래한 그의 시를 시기별로 볼 수 있다.

시 낭송회에서는 문학평론가 김윤식씨가 '김종철 철물점 시의 한 의미'라는 발표를 했고, 김씨와 절친한 시인 이근배, 신달자, 이시영씨 등이 시를 낭송했다.

동생 김씨 역시 1991년부터 출판사 문학수첩을 운영하며 문학출판에 진력해오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번역출판하며 대박을 터뜨렸다. 그는 11일 행사에서 새로운 문학상 제정과 시 전문 월간지 '시인수첩'(가칭) 창간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03년부터 내고 있는 계간지 '문학수첩'만으로는 (한국 문단에) 뭔가 마음의 빚이 남아있는 것 같다"며 "내용과 형식, 시인들에 대한 대우가 기존과는 월등히 다른 시 월간지를 꾸려보겠다"고 밝혔다.

이왕구 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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