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효과가 사라지면 바로 위기에 처할 것이다."(남 용 LG전자 부회장, 최근 열린 임원회의에서)
"올해 1분기에 보였던 수출 회복세는 일시적인 '환율 효과'에 불과하다.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락한 지금,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강호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 5월 월례사에서)
국내 산업계에 '환율 착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수출 기업들이 올해 1분기 시장의 예측을 뛰어 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 수준의 실적을 거뒀지만, 이는 일시적인 환율 효과일 뿐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하향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가격 경쟁력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초 달러 당 1,600원에 육박했던 원ㆍ달러 환율이 지속적인 하향곡선을 그리며 8일 현재 1,247원까지 떨어졌다. 일본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ㆍ엔 환율도 지난달 초 100엔당 1,600원대에서 수직 낙하, 이 달 들어 1,270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우리나라 주력 수출 품목의 60% 이상이 일본과 경쟁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국내 기업들이 더 이상 1분기처럼 원화 약세의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된 셈이다.
환율 하락에 따른 손실폭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원ㆍ달러 환율이 1,300원에서 1,200원으로 하락할 경우 국내 주요 수출 기업의 영업이익은 LG전자가 1조7,501억원→1조5,472억원, SK에너지 1조7,499억원→1조4,141억원, 현대차 1조5,316억원→1조485억원 등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맥쿼리 증권도 최근 보고서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1,200원선에 도달할 경우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은 절반까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진경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수출 중심의 국내 기업들이 올해 1분기에 원화 약세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은 사실"이라며 "2분기에는 이 같은 환율 효과가 상당부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수출 기업들은 고강도 비용절감과 물류 및 구매 효율화를 포함한 긴축경영으로 환율 하락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비중을 높여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우리 수출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타격을 미치는 환율 변동을 예의 주시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안현호 지식경제부 산업경제실장(차관보)은 "최근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과 수출이 다소 호전된 것처럼 보이는 것은 예산의 조기집행과 환율 효과 등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급락하던 지표들이 옆으로 누우며 다소 진정되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상황이 언제 다시 악화할 지 알 수 없는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허재경기자 rick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