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법원 안팎의 자진사퇴 요구에도 버텨왔던 신 대법관은 이용훈 대법원장이 윤리위의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면 대법관직을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리위의 결론은 대법원의 자체 진상조사 결과보다도 크게 후퇴한 것이다.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지난 3월 신 대법관이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원장 재직 시절 촛불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재판 진행을 독촉한 행위 등에 대해 사실상 "재판 독립을 해쳤다"는 결론을 내렸다. 법원장의 사법행정권 행사보다는 '법관의 독립' 쪽에 더 무게를 둔 결정이었다.
그러나 윤리위는 "재판 관여로 인식되거나 오해될 수 있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밝히면서도, "사법행정권 행사의 일환"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세부적으론 '부적절한' 부분이 있었지만, 행위 자체는 사법행정권 행사로 인정한 것이다.
윤리위는 또 촛불재판의 몰아주기 배당에 대해서도 '사법행정권 남용'이라는 진상조사단 결론과 달리, "직무상 의무위반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론은 결국 '징계위 회부 배제'라는 면죄부로 이어졌다. 윤리위는 징계위 회부 여부에 대해 이 대법원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밝혔지만, 윤리위에 사건을 회부했던 이 대법원장이 독자적으로 징계위 회부를 결정할 가능성은 낮다.
윤리위가 권고한 '경고ㆍ주의 조치'는 외견상 징계 형식이지만, 사실상 비공식적으로 질책하고 사건을 마무리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윤리위의 결론에 대해 법원 안팎에서는 '봐주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서울중앙지법 한 판사는 "법관회의에서는 신 대법관이 사법독립을 해쳤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윤리위가 진상조사단 결론보다 후퇴된 의견을 내놓은 것은 문제가 크다"고 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논평을 내고 "윤리위는 징계 권고조차 하지 않고 사건을 마무리했다"며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엄한 책임을 물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사법행정권의 한계에 대한 선례가 없어 징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설득력 없는 무책임한 결정"이라면서 신 대법관의 자진사퇴를 촉구 했다.
신 대법관은 아직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가 언론의 의혹 보도에서 진상 조사에 이르기까지 지난 몇 달간 대법관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수모'를 받으면서도 버텨온 점 등으로 볼 때, 이 대법원장이 윤리위 결정을 수용하면 자진사퇴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징계위에 회부 되느냐 아니냐에 따라 신 대법관이 거취 표명을 달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사퇴는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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