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동차 기업들의 가족경영 전통이 흔들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 "인수 합병과 이름 바꾸기가 흔한 다른 업계와 달리 창업자의 이름을 딴 브랜드의 전통을 유지해 온 자동차 업계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이런 변화는 가문의 영향력 감소를 감수하고서라도 기업의 미래를 보장하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런던 크레디트스위스의 자동차분석 담당 아른트 엘링호르스트는 "자동차사를 지배해온 가문들 사이에 각성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의 피아트는 제너럴모터스(GM) 유럽 사업부문에 속한 오펠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시 피아트 지분 중 30%를 보유한 아넬리 가문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독일 자동차회사 포르셰의 페르디난트 포르셰 회장도 이번 주 사촌이기도 한 페르디난트 피에히 폴크스바겐(VW) 회장을 만나 인수 문제를 논의했다.
그간 가족경영 전통에 관한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려왔다. 창업주 가족의 영향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커져왔지만 잇단 인수 합병 유혹을 물리치고 가족경영을 유지한 도요타 같은 기업이 성공하면서 회의론도 만만치않았다.
현재 많은 자동차 기업은 여전히 가족경영을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르노-닛산 등의 인수 합병 제의를 모두 거절해 온 포드는 전통을 고수중이다. BMW도 46.6%의 지분을 소유한 크반트 가문이 최근 수년간 지분 매각 요구를 거절해 온 터라, 인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자동차 판매가 미국에서 3분의 1, 유럽에서 4분의 1이나 감소한 상황에서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다는 예상이 많다. FT는 "하이브리드차,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차량 생산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하는 터라 자동차 메이커들이 인수,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지향 기자 j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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