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도 북한 쪽에서 포성이 들렸습니다."
7일 인천 옹진군 연평면 연평도의 해병부대 한 대공포 진지. 해병대 관계자는 손에 잡힐 듯한 북한 해안을 가리켰다. 북한의 로켓 발사(4월 5일)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연평도와 백령도 등 서북 도서지역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여전했다.
실제 북한군은 1월17일 '전면 대결태세 진입' 성명을 발표한 뒤 서북지역의 섬과 해안가에 배치된 130㎜ 및 76.2㎜ 해안포, 152㎜ 지상곡사포(평곡사포) 등의 실사격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현지 군부대의 설명이다. 특히 연평도 우측 북방의 대수압도 인근에서는 올해 들어 현재까지 19회에 걸쳐 1,000여 발의 포사격 훈련이 청취되거나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포탄이 해상에 떨어지면서 생겨난 대형 물기둥이 관측되기도 했다.
북한 공군의 기지 전개와 공대지 공격, 야간 비행훈련 횟수도 크게 증가했다. 황해도 과일 비행장에서 출격한 전투기들은 1월17일 이후 지금까지 우리 군이 백령도 반경 64㎞ 상공에 설정한 전술조치선(TAL)을 1,087회나 넘었다. TAL선은 북한 영공에 속하지만 남측과의 짧은 기동거리를 감안해 북 전투기들이 이를 넘을 경우 우리 군은 실제 상황에 준하는 대응을 하게 된다. 지난달 21일 황해도 태탄 비행장을 이륙한 북한 전투기 4대가 TAL선을 넘어 해주까지 비행한 뒤 복귀했으며 우리 공군 전투기도 즉각 대응 출격했다.
해병대 관계자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해안포 사격훈련이 최대 2배 가량, 비행 훈련 횟수는 6~7배 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북한 경비정 역시 2,3월 연평도 인근 북방한계선(NLL)을 3회 침범하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7일에도 북한 화력지원정 1척이 백령도와 마주보는 장산곶 앞바다에 나타나자 해군 고속정 2척이 대응 출동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북 도서지역에 배치된 해군과 해병대는 북한군의 이런 동향이 실제 도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하며 긴장의 끈을 풀지 않고 있다.
이날 백령도의 한 고지 관측소에서는 북한 전투기의 출현을 가정한 실전 같은 훈련이 벌어졌다. "적 항공기 출현, 속도 ○○, 고도 ○○, 헤딩(진행) ○○ 방향." 지휘통제실에서 무전이 떨어지기 무섭게 막사에서 전투준비를 완료한 채 휴식을 취하던 해병대원들이 쏜살같이 20㎜ 대공 발칸포로 달려갔다. 첫 발 발사준비 완료까지 채 1분이 걸리지 않았다. 이처럼 빠른 대응이 필요한 것은 북한 항공기가 기지를 이륙한 뒤 불과 3,4분이면 백령도에 도달하기 때문. 분당 3,000발을 쏠 수 있는 발칸포는 백령도 곳곳에 배치돼 적 항공기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이정하(25) 하사는 "항공기 도발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하루에 한 번 이상씩 실전 전투 배치가 이뤄질 정도로 긴장감이 높다"고 설명했다.
한편 서해 NLL의 남북 간 긴장된 분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중국 어선들은 NLL 일대에서 제 철을 맞은 꽃게잡이에 한창이었다. 이날 연평도 앞 무인도인 석도 인근에서는 모두 103척의 중국 어선들이 목격됐다. 해병대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중국 어선들은 연평도 해안에서 불과 1.4㎞ 전방에 위치한 NLL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조업을 하고 있다"며 "해군이나 해경이 출동하면 재빨리 NLL을 넘어 북상해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백령도ㆍ연평도=진성훈 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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