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가장 대중적인 제품이다. 동시에 가장 감각적이고, 가장 트렌디한 제품이다. 그렇기 때문에 휴대폰 광고는 결코 평범하지 않다. 언제나 '특별한 무언가'가 있다.
휴대폰 광고 속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가장 인기 있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감각적인 스타만이 휴대폰 광고모델이 될 수 있다. 젊은 층의 문화 아이콘이자 대중성의 극치라 할 수 있는 휴대폰 광고모델에 발탁된다면, 그것은 곧 '최고스타'가 됐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얼마 전부터 국내 광고업계를 평정하고 있는 '피겨 여왕' 김연아가 마침내 휴대폰 광고 모델까지 접수했다. 그것도 다름아닌 국내 최고의 휴대폰, 그렇기 때문에 광고제작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삼성전자 애니콜의 광고모델이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10일 김연아와 애니콜 휴대폰 광고 모델 계약을 공식 체결했다고 밝혔다. 연예인이 아닌 스포츠 선수가 애니콜 모델을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동안 애니콜 광고에 등장한 연예인들로는 가수 이효리, 배우 전지현, 가수 손담비와 소녀시대 등. 한결같이 미모와 S라인급 몸매를 가진 최고 연예스타 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광고계약 배경에 대해 "월드 스타로 부상한 김연아 선수의 이미지가 글로벌 휴대폰 브랜드와 잘 어울린다"면서 "그는 이제 세계적으로 통하는 광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김연아를 잡아라
사실 김연아는 이미 'CF스타'다. 최근 2년간 그가 등장한 광고는 에어컨(삼성전자), 자동차(현대자동차), 우유(매일유업), 화장품(LG생활건강), 생수(롯데) 등 15개에 이른다. 아무리 톱스타급 연예인들이라도 출연하는 광고종목은 전자제품이나 화장품 등 몇몇에 국한되지만, 김연아 만큼은 이런 업종의 제한도 없다. 심지어 복권(스포츠토토)과 대학(고려대) 광고에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아예 그의 이름을 딴 '연아의 블루베리크림치즈 빵' '김연아 케이크'(CJ푸드빌) 등 제품까지 나왔을 정도다.
김연아에게 광고모델로서 '러브콜'을 보낸 광고주는 무려 200군데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업들은 불황기에 가장 먼저 광고료를 줄인다지만, 김연아 만큼은 예외다. 최근 한국광고단체연합회 광고정보센터가 발표한 남녀 광고 모델 호감도 조사에서 그는 15.68%로 1위를 기록했다.
왜 김연아인가
우선 운동선수로서의 성과다. 그는 우리나라가 도저히 범접할 수 없었을 것 같았던 피겨스케이팅 분야에서, 그것도 최고의 기록(3월29일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 여자 싱글 사상 최초로 207.71점 신기록 우승)으로 세계를 평정했다. 소비자(국민)들이 그에게 보내는 찬사와 신뢰는 광고모델로서 훌륭한 조건임에 틀림없다.
두 번째는 외모와 '끼'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스포츠스타가 광고모델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김연아에겐 매력적인 외모 뿐 아니라 운동선수라고 하기엔 믿기 어려울 만큼 노래와 춤, 연기 등에서 탁월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삼성전자 에어컨과 현대자동차 광고에서 직접 노래를 부르고 춤을 췄다.
물론 처음부터 최고의 모델은 아니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연아를 에어컨 광고 모델로 발탁하려 할 때 반론도 있었다. 경쟁사인 LG전자가 한예슬 송승헌 등 경험 많은 톱 스타를 광고모델로 내세운 상태에서 김연아를 쓰는 것은 분명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고 광고자체도 먹혀 들어감에 따라 결과적으론 성공작이 됐다"고 말했다.
광고효과는
아무리 인기 있는 연예인이라도 여러 회사, 여러 상품 광고에 중복ㆍ겹치기 출연을 한다면 기피하는 것이 광고업계의 불문률. 신선도가 떨어지는데다, 소비자에 대한 광고호소력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아에겐 이런 원칙도 적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국내 1위 기업(삼성전자)과 2위 기업(현대차)의 광고모델로 동시 출연하고 있다. 동일회사의 서로 다른 제품(삼성전자 에어컨과 휴대폰)광고에 등장하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는 그만큼 김연아의 광고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에어컨 매출은 김연아 광고출연 이후 전년 대비 40% 이상 늘었다. 매일유업의 우유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매출도 2배나 뛴 것으로 자체 평가되고 있다.
업계에선 광고계의 '김연아 신드롬'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아무리 김연아가 나와도 소비자들이 식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업계관계자는 "김연아는 국민 영웅과 대중 스타의 이미지가 적절히 조화됐다는 점에서 최고의 광고모델"이라면서 "스포츠선수로서 최고성적이 이어진다면 그의 효과는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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