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이 10집'더 랜드 오브 드림스 뮤토피아'(The Land of Dreams Mutopia)로 돌아왔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10집은 이승철에겐 일종의 '음악적 이상향'을 구현하는 시도이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여겨져 온 미성에서 벗어나 허스키한 음성을 밴드음악에 실어 록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그렇고, 보사노바에서 레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를 담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6일 기자와 만난 이승철은 "새로운 시도를 위해 쉰 목소리로 녹음했다. 흥행을 위한 쉬운 길은 과감히 포기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지난 9집 앨범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어요. 그때 사람들에게 익숙한 발라드 곡('사랑한다')을 타이틀로 내세운 게 후회됐죠. 좀 제가 우겨서라도 미디엄템포 스타일의 곡('프러포즈')으로 승부를 걸었어야 했어요. 이번엔 변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는 변화를 위해 자신의 '식구'인 '황제 밴드'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앨범으로 꾸몄다. 베이시스트 최원혁이 프로듀서를 하고 멤버들이 작곡한 곡('넌 잊었는지' '마이 걸' 등)으로 트랙 리스트를 채웠다.
"왜 지금까지 이렇게 하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13년 동안 동고동락한 이들과 소리를 차곡차곡 만들었죠. 제 녹음실에서 먹고 일하고 여러 시도를 하며 깊이있게 작업했어요. 이제야 제 몸에 맞는 옷을 입게 됐다고나 할까요."
타이틀인 '손톱이 빠져서'는 기타와 드럼이 강조된 브리티시 모던록 스타일의 곡이다. '빵' 터져주는 후렴구가 부활 시절의 이승철을 떠올리게 하는 노래로, 백지영의 '총 맞은 것처럼'같이 호러(?)스러운 제목이 인상적이지만 가사는 가슴 아픈 사랑 얘기다.
이승철에 익숙한 귀라면 낯설게 들릴 수도 있는 레게풍의 곡 '레게 나이트'는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스토니 스컹크의 랩과 함께했고, '얼마나 더 울어야 해'는 보사노바 리듬이 흥겹다.
그는 9집 앨범을 낼 때 "CD로 만드는 마지막 앨범일 것 같다"는 말을 했었다. 무너져가는 음반시장에 대한 탄식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철은 이전보다 많은 제작비를 들여 10집을 녹음하고 고급사진첩 같은 CD커버로 오히려 강공 전략을 선택했다.
"불황일수록 가수는 히트해야 한다는 부담이 적어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블록버스터는 어려울 때 나오잖아요."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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