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9일 공식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북 대화에 대해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고 위협했다. 최근 정부가 국제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사례도 구체적으로 열거하며 격한 어조로 비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 접촉 자체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분석한다. 그 진의는 조금 기다려보면 드러나겠지만, 일단 북한이 남북대화에 호락호락하게 나오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주중 열리는 남북 2차 접촉에 먹구름이 드리워질 가능성도 있다.
조평통 담화는 "인민대중 중심의 우리 사회주의제도에는 애당초 인권문제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남한을 세계 최대의 인권 무덤으로 만든 자들이 인권을 운운하는 것은 뻔뻔스럽고 가소로운 망동이자 무식쟁이의 역겨운 추태"라고 비난했다.
담화는 이어 "이명박 패당이 우리를 공공연히 중상모독하고 노골적으로 부정하는 조건(상황)에서 남북 대화에 대해선 논의할 여지조차 없다"며 "우리는 단호하고 무자비한 징벌로 끝까지 결판을 보고야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남북 대화 무용론'을 거론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남북 2차 접촉을 갖기 위한 당국간 협의가 진행중인 상황이라 북한의 진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 '2차 접촉도 안 하겠다'는 메시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일단 "개성공단과 관련한 실리는 챙기면서도 타협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이중 전략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관련 협의는 북한이 먼저 하자고 한 것이기 때문에 2차 접촉은 이뤄질 것"이라면서 "다만 조평통이 개성공단 협의 당사자인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보다 상위기관이라 협의 내용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때문에 2차 접촉이 성사된다 해도 성과를 거두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북한은 1차 접촉 때처럼 개성공단과 관련한 경제적 요구만 일방적으로 내세우고 억류된 유씨 문제 해결, 공단 안정적 운영의 제도화 등 남한의 요구에 대해선 철저히 무시 전략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
2차 접촉에서도 유씨 문제에 대한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돌아오는 상황은 우리 정부로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런 사정으로 남북이 유씨 문제를 포함한 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루지 못해 2차 접촉 자체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비관론도 일각에서 나온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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