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9일(현지시간) 작심한 듯 친이 주류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미국 샌프란스시코 방문에 동행한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였다. 계파 문제에는 언급을 삼가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이는 직접적으로는 당 지도부을 겨냥한 것이지만, 그 행간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부정적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여권 내 갈등이 갈수록 깊고 커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박 전 대표는 "친박이 당의 발목을 잡은 게 뭐가 있느냐"는 말로 계파 갈등의 진원지를 친이로 못박았다. 특히 4ㆍ29 재보선 참패 이후 친이 주류측에서 제기된 '친박의 비협조' '친박 책임론'에 대해선 "말이 되는 얘기를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귀국 후 박희태 대표와의 회동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도 원내대표 문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대화는 하되 타협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_귀국 후 박희태 대표를 만날 의향은.
"만나겠다고 하면 안 만날 이유가 없다. 원내대표 문제는 이미 입장을 밝혔기 때문에 덧붙일 말이 없다."
_박 전 대표가 생각하는 당의 화합책은 뭔가.
"친박 때문에 선거에서 떨어졌다는 게 말이 되느냐. 내가 당 대표 할 때도 주류와 비주류가 있었다. 이걸 가지고 화합과 갈등이 어떻고 하는 건 전제가 잘못된 것이다."
_한나라당의 재보선 참패 원인을 뭐라고 생각하나.
"공천시스템을 투명하게 하고, 당헌ㆍ당규 정신에 맡게 하자는 것, 원내 상임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것 등은 내가 당 대표 때 실천했던 일들이다. 그런데 그것들이 새삼스럽게 쇄신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그게 지금 안 지켜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_4년 중임제 개헌에 대한 입장은.
"일관되게 이야기해왔던 것이다. 선거 주기를 맞추려면 매번 맞출 수 있는 게 아니다. 지방선거도 있고 재보궐 등 선거가 많다."
_내년 지방선거 때도 공천에서 탈락하면 또 친박 후보가 나올 텐데.
"한나라당은 공당이다. 당헌ㆍ당규에 따라서 공천하지 않는다면 공당이 아니다."
_북핵 문제와 관련해 제안한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는.
"북핵 문제는 급하게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동북아 평화 프로세스를 만들어서 소통을 원활하게 하고 흔들림없이 나가면 북핵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경제발전과 함께 이해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_실리콘밸리를 방문한 소감은.
"실리콘밸리는 성공의 요람이 아니라 실패의 요람이란 말이 있다. 도덕적 문제가 없다면 기술개발 노력이 실패하더라도 재기의 기회를 주는 게 실리콘밸리의 특징이다. 실패하면 그걸로 재기불능이 되는 풍토여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명품을 사업으로 연결해주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SI와 관련된 타미플루도 한국인이 개발해냈는데 임상실험 등의 여건 때문에 외국회사에 팔았다는데 안타까운 일이다. 싸이월드도 마찬가지다. 아이디어는 우리 것인데 뻗어나가지 못했다. 우리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는 풀고 필요한 지원은 아끼지 않아야 한다."
샌프란시스코=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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