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사 회장의 2003년 탈세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천 회장 수사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해 의구심이 일고 있다.
2003년은 천 회장이 정보통신업체인 나모인터렉티브를 인수했던 시기다. 2003년 초 나모인터렉티브는 2대 주주였던 김모씨가 공개 매수에 나서면서 경영권 분쟁이 촉발됐다. 공개매수 성공으로 김씨는 그 해 5월 16%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천 회장이다. 천 회장은 자신의 회사인 ㈜세중, 세성항운과 함께 이 업체 기존 최대주주였던 박모씨로부터 9%대의 지분을 확보해 2대 주주가 됐다. 천 회장의 참여 직후 나모인터렉티브는 회사명을 세중나모인터렉티브로 바꾸었고 다음달 천 회장은 이 회사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상황이 정리된 뒤 김씨는 그 해 연말까지 지분을 대거 매각했고 이 지분은 천 회장측이 대부분 매입했다. 천 회장측의 차명 매입과 처분, 탈세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또 증시 상장 이전이던 2003년 당시 세중여행사의 비상장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의 탈세 정황도 일부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문은 왜 검찰이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는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2003년의 기업 인수 과정을 살펴보느냐에 모아진다. 검찰이 천 회장을 탈세 등 개인비리 혐의로만 처벌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만한 상황인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지적은 수사 초기부터 나왔다. 검찰이 2006년 세중나모여행사의 우회상장 및 2007년 지분 매각과 관련해 천 회장 자녀들의 세금납부 내역서를 입수해 분석한 것으로 밝혀졌을 때부터 탈세 혐의 포착이 주된 목적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본보 4월27일자 1ㆍ3면). 야당 등에서는 검찰이 대선자금 제공 의혹이나 여권 핵심 인사의'박연차 게이트'관련 의혹이 증폭될 것을 우려해 천 회장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천 회장 수사 과정에서의 검찰 태도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검찰은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대선자금 수사는 하지 않는다"라고 미리 선을 그었다. 최근에는"국세청에서 태광실업 세무조사 결과가 왜곡된 정황은 없다"고 밝혔다. 이 경우 설사 천 회장을 통한 구명 로비가 시도됐다 해도'실패한 로비'이상은 되지 못한다. 천 회장 이상의 여권 핵심 관계자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서둘러 차단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물론 검찰은 이 같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국세청과 천 회장 자택 등에 대한 대대적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표면적으로는 수사 의지도 높아 보인다. 느닷없이 등장한 2003년 탈세 의혹 수사가'꼬리 자르기'의 일환인지, 광범위한 수사 의지의 표현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명확해질 전망이다.
박진석 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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