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19개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끝에 10개 은행에 대해 746억 달러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앞으로 2년간 경제상황이 나빠질 경우 금융회사들이 얼마나 손실을 견딜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미 금융회사들은 이 테스트에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손실과 유가증권 투자 손실 등으로 5,992억달러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됐다. 심각한 부실이 우려됐던 것에 비하면 절반 가량이 합격점을 받아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은 희박해진 셈이다.
하지만 미 금융시장을 낙관하기에는 이르다. 무엇보다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불투명하다. 실물경제 침체의 본격화로 부실자산 처분과 신주 발행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본조달이 차질을 빚으면 미 정부가 보유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이는 은행 국유화 논란을 재연시키는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들이 뒤엉키면 미국발 금융불안이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음을 국내 금융당국과 은행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최근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증가를 지적하며 "한국 금융당국은 은행권이 최악의 시기를 넘겼다고 보고 있지만 시기상조"라고 경고했다.
악재가 많아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충고다. 무엇보다 은행의 건전성과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 부실채권은 2007년 말 7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4조7,000억원, 올해 3월 말에는 19조3,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연체율은 올라가는 반면 순이자마진(NIM)은 떨어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평균 12%로, 아직은 안정적이지만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 부실채권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감독당국은 미국처럼 국내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실시, 잠재 위험요인을 파악하고, 부실채권을 신속히 정리하도록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은행들도 고임금 구조 해소 등 고강도 구조조정과 부실자산 축소 노력을 병행해 어떤 스트레스가 닥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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