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의 '친박 원내대표' 구상이 물거품이 됐다. 김무성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하는 방안을 박근혜 전 대표가 '원칙'을 이유로 거부한 데 이어, 김효재 대표 비서실장을 미국으로 급파하면서까지 타진한 '경선 방식'에도 부정적 자세를 보였다. 이로써 원내대표를 축으로 당내 '탕평 인사' 물꼬를 트겠다는 박 대표의 구상은 설 자리가 없어졌다.
여당 내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 대표가 직접 박 전 대표와 대화하는 방안이 후속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 박 대표와의 만남에 박 전 대표는 그리 무게를 두지 않는다. 실속은 없고 뒷말만 무성했던 과거의 예로 보아 이 대통령과의 만남도 당장의 대안이 아니다.
성과를 내려면 구체적 현안을 들고 만나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여당 화합'이라는 의제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박 전 대표는 어제 "무슨 갈등이 있고, 무슨 화합이 필요하냐"며 "내가 당 대표 할 때도 주류, 비주류는 있었다"고 밝혔다.
여당의 '화합'이 물 건너가는 것을 지켜보는 국민 마음이 편할 리 없다. 그러나 어차피 화학적 융합이 불가능한 계파정치 현실에서 '화합'은 상대적 밀도의 차이일 뿐이다. 또 예의 '화합'이 4ㆍ29 재보선 참패로 확인된 '쇄신' 요구를 에둘러 희석하는 수단도 된다. 이런 점에서 화합 파탄을 계기로 여당의 관심이 '쇄신'에 쏠릴 수 있다면 오히려 다행이다.
여당은 재보선 참패라는 위기의 본질을 외면해 왔다. 가장 뼈아픈 경북 경주에서의 패인인 친이ㆍ친박 갈등도 더 깊이 파고 들어가면 현실을 외면한 공천의 결과물이다. 그런 왜곡을 가져온 현재의 지도력 구조야말로 선거 참패의 근본원인이 아닐 수 없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영향력을 빼고도, 박 대표의 '관리ㆍ조정형' 지도력과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의 실질적 작용력이 결합된 이원구조를 띠고 있다. 이를 해체하지 못하는 화합ㆍ쇄신 외침은 공허하게 마련이다.
고개를 드는 지도체제 개편 주장이나 조기 전당대회 개최 주장 등을 당 지도부가 더 이상 외면해서 안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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