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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 쓰촨(四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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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오! 쓰촨(四川)

입력
2009.05.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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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인간의 심리요소는 두려움과 동정심 그리고 분노이다.(투키티데스의 <전사> 에서)"

대지진 발생 1년(5월 12일)을 맞는 중국 쓰촨(四川)성에는 앞날에 대한 두려움과 끊이지 않는 추모열기, 식지 않는 분노가 상존한다.

주민들 떨게 한 두꺼비떼

쓰촨성 주민들은 요즘 불안에 떨고 있다. 최근 멘양(綿陽)시 안현에 갑자기 나타난 두꺼비 떼 때문이다. 지난해 대지진이 발생하기 이틀 전 진앙 원촨(汶川) 인근 마을에서 두꺼비 떼가 출현했던 악몽이 되살아 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바이두(百度) 등 중국 인터넷 포털에는 두꺼비 떼를 놓고 불안해 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원래 두꺼비가 많이 서식하는 지역이지만 하룻밤 사이 한 동네에 100만 마리가 넘는 두꺼비가 나타난 것이 불길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더 큰 두려움은 지난해 지진 여파로 지반이 가라앉고 균열이 간 쓰촨성 댐의 안전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댐이 가장 많으며 그 가운데서도 4개 강에 둘러싸인 쓰촨성에 댐의 90% 이상이 집중돼 있다. 하지만 지진 이후 보수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올 여름 태풍이나 집중호우를 만나면 자칫 댐이 붕괴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주민에게는 큰 정신적 고통이다. 1년의 세월 동안 주택, 건물 등은 상당 부분 복구됐지만 쓰촨성 주민들의 가슴에는 앞날에 대한 심리적 불안과 아물지 않은 상처가 아직 남아 있다.

지진 1주기를 맞아 중국에서는 추모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8만6,633명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동정하는 각종 기념식과 자선행사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들 행사가'굴기(屈起)정신'의 강조, 애국심 고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쓰촨성과 광둥(廣東)성은 12일 광저우(廣州) 올림픽센터에서 '손잡고 함께 하면 내일은 더 아름다울 것'을 주제로 행사를 연다. 언론은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로 큰 행사라며 흥분하고 있다.

중국 중앙방송(CCTV)은 대지진으로 도시 건물의 90%가 무너진 멘주(綿竹)현을 찾아 청룽(成龍) 등 유명 배우들이 출연하는'365개의 축복'이라는 자선 위문공연을 연다. 대지진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과 고통을 다룬 영화'5월의 목소리'와'5ㆍ12 : 원촨은 눈물을 안 믿는다''전방후방'등도 속속 개봉된다.

가라앉지 않은 분노도 빠질 수 없는 쓰촨 대지진 비극의 중요 모티브다. 지진 피해로 자식을 잃은 멘양시 부모들이 학교 붕괴 원인에 대한 진상 명을 요구하고, 주민들이 피해 지원 분배 문제로 항의하자 시 당국은 소요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피해 학부모를 취재하려는 외신 기자들을 봉쇄하는 등 중국 정부의 차단막은 매우 철저하다. 결국 대자연 재해라는 점에서 학교 붕괴 원인의 책임은 시간 속에 묻히고 분노도 역사 속으로 사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려움과 분노 치유돼야

'쓰촨성 대지진 1년'은 미래에 대한 두려움, 피해자에 대한 추모열기, 가라 지 않은 분노로 가득 차 있다. 역사가 과거의 기록으로만 남는다면 그것은 죽은 역사다. 새로운 역사가 되기 위해서는 비극에서 교훈과 반성을 찾아내야 한다. 두려움의 근원을 해소하고, 동정심을 발휘해 분노의 원인을 치유할 때 쓰촨의 새 역사가 시작될 수 있다.

장학만 베이징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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