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8시10분 서울 성북구 숭곡초등학교 인근 동신아파트. 1,2학년 병아리 학생들이 등교를 위해 하나 둘씩 동네 아파트 정문 앞으로 모였다. 8시15분 아이들이 다 모이자, 인솔자들이 아이들을 두 줄로 세운 뒤 "자, 출발!"하고 외쳤다.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인솔자들은 "얘들아, 차 올 때는 장난치지 말고 조심해야지" "걸을 때는 앞을 보고 걸어야 안 넘어지지"하며 연신 학생들 앞과 뒤를 오가며 단속했다.
서울 성북구가 지난해 도입한 '걸어 다니는 학교버스(워킹스쿨버스)' 제도가 입소문을 타고 있다. 건강생활지도자 교육을 이수한 자원봉사자들이 통학 방향이 같은 초등학교 1,2학년 어린이들을 보호하며 등하교시키는 이 제도는 각종 교통사고와 아동범죄 위험을 예방할 수 있어 학부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제도는 어린이가 약속된 시간에 정해진 장소(워킹스쿨버스 정류장)에 나가면 자원봉사자가 사전 보행환경조사를 거쳐 파악한 안전한 통학로를 이용해 등ㆍ하교를 시켜주는 방식으로 맞벌이 부부 등 아침시간이 바쁜 학부모들로부터 특히 인기다. 현재 성북구 관내 안암, 성북, 숭곡 등 3개 초등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다.
이날 숭곡초등학교 1, 2학년 학생 12명의 경우 학교에서 약 1km 떨어진 동신 아파트 정문을 오전 8시15분 출발해 아남아파트 후문 등 워킹스쿨버스 정류장 2곳을 거쳐 8시35분 학교 후문에 도착했다.
출발점을 떠난 아이들이 각 정류장에 도착할 때쯤 인근에 사는 아이들은 미리 나와 있다가 대열에 합류해 함께 학교로 향했다. 학교에 도착한 아이들은 약간 빠른 걸음으로 운동장을 한 바퀴 더 돌았다. 평소 걷는 시간이 크게 부족한 아이들에게 기초체력을 길러주고 어린이비만도 예방하자는 취지다.
한편 하굣길은 낮 12시30분 등굣길의 역순으로 진행됐다.
학부모 장기수씨는 "처음에는 정류장까지 아이를 데리고 나갔는데 이제는 너무 안심이 돼서 그런지 요즘은 정류장에도 아이 혼자 보낸다"며 "아이 등교시키랴, 출근 준비하랴 아침마다 전쟁이었는데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에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대로를 건너고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야 하는 등하굣길인 만큼 아이들을 인솔하는 자원봉사자 27명에 대한 사전교육도 철저하게 이뤄진다.
매일 순번을 정해 2인1조로 활동하는 이들은 기존 구청에서 자원봉사 경력이 있는 20~60세 주민 중 개별면접 등을 통해 선정됐으며 별도의 어린이 교통안전교육도 이수했다.
박정웅 성북구보건소 워킹스쿨버스 담당자는 "지난해 처음 시작할 때는 반신반의하는 학부모들이 많아 숭곡초등학교의 경우 단 3명으로 출발했지만, 올해는 3개 학교에 43명이나 된다"며 "학부모들에게 효과가 입증된 만큼 참여학교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태무 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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