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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루만에 뒤바뀐 대표팀 감독, 구멍가게만도 못한 배구협 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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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하루만에 뒤바뀐 대표팀 감독, 구멍가게만도 못한 배구협 행정

입력
2009.05.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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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호랑이의 위엄을 빌려 권세를 부린다는 속담은 2인자의 허물을 비난할 때 쓴다. 윗사람이 일 처리를 똑바로 하면 아랫사람이 감히 호가호위할 수 없다. 여우보다 호랑이 책임이 더 큰 셈이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수장인 대한배구협회도 마찬가지다.

임태희 배구협회장은 지난해 취임 직후 "배구계 안팎의 갈등을 조정하겠다"고 큰소리쳤다. 그러나 이춘표 배구협회 전무가 2월부터 국가대표 감독 전임제를 추진하면서 오히려 혼란과 갈등이 쌓였다.

한국 배구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면서 명장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에게서 국가대표 지휘봉을 뺏었기 때문. 이 과정에서 이춘표 전무와 절친한 모 인사가 차기 감독으로 거론되자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이 전무는 "집행부(회장)가 바뀌면 아랫사람(대표팀 감독)도 자동으로 바뀐다"고 주장했다. 협회가 지난해 신 감독에게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임기를 보장한 건 무시하겠다는 자세다.

이 전무는 9일 충북 옥천에서 "그 동안 실수가 많았다. 신치용 감독에게 대표팀을 맡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협회는 10일 상임이사회에서 또 다른 명장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뽑았다.

전임제를 철회하는 대신 신 감독에게서 지휘봉을 뺏는 걸로 마무리한 셈이다. 그래선지 이탈리아에 머물고 있는 김호철 감독은 "신치용 감독과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대표팀을 맡지 않겠다"고 말했다.

전임제에만 매달린 탓인지 협회 행정은 엉망진창이다. 옥천에서 열린 종별배구선수권대회에서는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잘못 짜여진 일정 때문에 홍익대와 인하대는 7일 새벽 0시40분까지 경기를 해야만 했다.

5일 고교부에서는 심판과 학부모가 멱살을 잡고 싸우는 사건까지 터졌다. 이런 까닭에 배구계에선 "몇몇 인사의 전횡으로 협회 행정이 마비된 증거다"는 말이 나돈다. 협회 집행부의 일방통행으로 원성이 자자했지만 임 회장의 닫힌 귀는 끝내 열리지 않았다.

옥천=이상준 기자 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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