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내 이름으로 된 집이 없다. 직장생활 겨우 2년차인데, 집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직 미혼이라 무주택이란 사실에 별 스트레스는 없지만, 그래도 관심은 가져야 할 것 같다.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들의 숙원인 '집 장만' 프로젝트에 뛰어들기로 맘 먹었다.
은행을 찾았다. "당장 집을 사려는 것은 아니고 좀 길게 주택마련자금을 모으려고 하는데 어떤 상품에 가입하는 게 좋을까요."
은행직원은 기다렸다는 듯이 안내책자 하나를 내밀었다. '주택청약종합저축'안내서였다.
"혹시 기존 청약저축상품에 가입한 상태이신가요?"
"아뇨. 아직"
"그럼 주택청약종합저축에 무조건 가입하세요. 설령 기존 청약저축에 이미 가입했더라도 가입기간이 길지 않다면 새로 나온 청약종합저축으로 갈아타시는 게 나아요."
지난 6일 첫 출시된 주택종합청약저축은 각양각색이었던 기존 청약상품(청약예금 청약부금 청약저축)을 하나로 묶은 상품. 2년 이상 계좌만 가지고 있으면 민간주택이나 공공주택에 관계없이 청약할 수 있다. 게다가 연 4.5%의 높은 금리까지. 판매 전 실시한 사전가입접수에서 이미 100만명 이상이 예약했다고 하니 그 유용성은 이미 검증된 터. 나도 즉석에서 흔쾌히 가입했다.
자, 주택청약자격을 위한 상품에 가입했으니 이젠 주택구입자금을 모을 수 있는 상품이 필요했다. 은행직원은 '장기주택마련저축'(약칭으로 장마)을 권했다. 이자소득세 비과세, 불입금 소득공제 등 세제혜택에 4.5% 확정이율도 제공되는 꽤 좋은 상품이다.
하지만 욕심이 났다. 저금하는 묘미는 역시 이자가 불어나는 것인데, 이 정도 이자율은 도무지 성에 차질 않았다. 펀드가 낫지 않을까. 장기주택마련상품에도 ▦저축(장기주택마련저축)과 ▦펀드(장기주택마련펀드) 두 종류가 있으니, 수익률을 생각하면 차라리 펀드쪽이 나아 보였다.
하지만 은행직원 얘기는 달랐다. "펀드는 수익률은 좀 좋을지 몰라도 그만큼 손실위험이 있습니다. 다른 용도라면 몰라도 금쪽 같은 내집 마련 자금을 모으는 것인데 원금보장도 안되는 펀드 보다는 좀 이율이 낮아도 저축상품이 낫지 않을까요?"
아, 답답하다. 안전하면서도 수익률 높은 뭐 그런 상품은 없는 것일까. 누가 만든다면 정말 대박이 날 텐데…. 결국 '안전'을 택하라는 은행직원의 말에 따라 장기주택마련저축을 선택했다. 수익률(펀드)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았지만.
은행 문을 나서는 한 손엔 주택종합저축통장, 다른 한 손엔 장기주택마련저축 통장이 쥐어졌다. 뿌듯했다. 내집 마련을 위한 큰 준비를 끝낸 것 같은 느낌. 집은 언제쯤 살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바로 그 순간 마음 속 누군가가 내게 얘기하는 듯했다. "뭐라고? 통장 달랑 두개 갖고 집을 사겠다고? 정작 제일 중요한 돈이 없잖아! 정신 차리고 돈부터 모으라고" 역시 내집 마련의 대장정은 멀고도 험해 보였다.
강지원 기자 stylo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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