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원로 여배우 모리 미쓰코(森光子)씨가 89세 생일을 맞은 9일 자신이 주연하는 연극 <방랑기(放浪記)> 의 2,000회 공연을 치렀다. 대역을 쓰지 않고 초연부터 48년 동안 한 사람이 계속 주연을 맡은 공연은 세계 연극계에서도 드물다. 방랑기(放浪記)>
일본 언론에 따르면 모리씨는 이날 밤 도쿄(東京) 데코쿠(帝國)극장에서 2,000회 공연을 마친 뒤 관객들의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그는 "2,000회 공연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며 "방랑기는 나의 전부를 바친 것으로 이 작품을 만나 너무 행복했다. 나 혼자만 행복하면 되는가 싶을 정도다"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방랑기는 1930, 40년대 소설가 하야시 후미코(林芙美子ㆍ1903~1951)씨의 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무대에 올린 작품이다. '나는 숙명적인 방랑자이다. 내게는 고향이 없다. 따라서 방랑이야말로 나의 고향이다'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제1차 세계대전 후 도쿄에서 굶주림과 절망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점원, 여공 생활을 하면서 일본 전국을 떠돌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 동안 폐렴에 걸리고 유방암 수술을 받는 등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멈추지 않았지만 극중 주인공이 기쁨에 겨워 '재주넘기' 하는 이 연극의 백미 장면은 지난해부터 모리씨의 나이 때문에 '만세삼창'으로 대체했다.
교토(京都) 출신으로 여고 중퇴 후 라디오 사회자와 코미디언으로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그는 연극 이외에도 방송 드라마, 오락프로그램에도 활발하게 출연했고 2005년 문화훈장을 받았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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