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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머니 수난사' 치맛바람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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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어머니 수난사' 치맛바람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입력
2009.05.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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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지음/인물과사상사 발행ㆍ346쪽ㆍ1만3,000원

깐깐한 시선으로 한국 사회 구석구석을 해부하고 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이번에는 '어머니'에 메스를 들이댔다. <어머니 수난사> 란 제목만 보면,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르실 제 밤낮으로 애쓰는' 어머니들의 이야기일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신파와 거리가 멀다. 저자가 얘기하려는 것은 "삼종지도(三從之道)에 과잉순응해 권력을 획득한" 어머니의 정치학, 그리고 여전히 모성 신화에 갇힌 우리 시대의 불구성이다.

저자는 가족의 생존을 위해 '투사'로 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존재를 통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다. 그는 "국가가 가정을 지켜주지 못해 어머니의 각개약진의 형태로 나타난" 입시전쟁, 부동산 열풍, 정략적 결혼 풍습,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 등의 현상을 통째로 발라내 보여준다. 그리고 "이런 어머니들의 투쟁으로 행복해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도 아들도 딸도 모두 다 희생자요 불만인 상황이 되었다"고 결론짓는다.

이 책에선 조선시대부터 끈끈하게 이어져 온 유교적 모성주의가 권력관계의 관성이라는 시각에서 분석된다. "남자들은 집안에 새로운 여자를 하나 들여놓음으로써 가내 노예를 바꾼다. 그간 노예처럼 일해오던 여자는 시어머니가 되면서 며느리에게 그 자리를 넘겨주고 특권층인 남자의 위치 가까이로 올라선다. 말하자면 '명예남성'이 되는 것이다."(27쪽)

현모양처라는 사회적 이상에 내재된 일제의 찌꺼기도 헤집는다. 현모양처 사상은 서구의 자유주의, 사회주의의 침투를 막는 이데올로기로 일제가 퍼뜨렸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여성이 주체성을 갖는 것을 엄격히 억제하여 여성을 사적 영역에 제한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이 사상은 일본의 전시 하 대외침략을 수행하는 도구이기도 했다."(52쪽)

저자는 "자식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 기꺼이 투사가 된" 한국 어머니를 안타깝게 바라본다. 그리고 어머니 신성화, 또 그것과 쌍을 이루는 '아줌마 혐오'를 벗어나기 위해 '이웃 효과'의 강박에서 벗어날 것을 제안한다. 이웃 효과란 엄친아 현상으로 상징되는 비교의 사회학이다. "내 어머니는 신성하지만 네 어머니인 아줌마는 혐오의 대상이 되고, 내 새끼는 애지중지 귀하지만 남의 새끼는 내 새끼의 앞을 막는 경쟁 상대"가 될 수밖에 없는 각개약진 사회 체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을 관통하는 줄기다.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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