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책상 배치의 변천에 관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1980년 후반 대기업의 사무실 풍경이 떠오른다. 넓고 넓은 사무실에 수많이 책상들이 앞으로 나란히, 하듯 줄을 맞춰 놓여 있었다. 칸막이도 없었다. 자리에서는 앞사람의 뒷모습이 보였다. 앞사람보다는 뒷사람의 직위가 높았다. 앞사람은 뒷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딴짓을 할 수 없었다. 그 부서의 가장 높은 직위의 사람은 사무실 가장 안쪽 창가 자리에 앉았다.
칸막이는 창가쪽에 앉을 직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직위가 낮지도 않은 중간자들을 배려해 생겼다고 한다. 가끔 복도를 지날 때 열린 문틈으로 다른 사무실의 모습이 들어온다. 대세는 큐비클인 듯하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삼방이 막힌 큐비클 속에 들어가 일을 한다. 팀이 아닌 개인 실적 위주의 일들이 많아졌기 때문인 듯한데 큐비클 안에서 직원이 사망한 사실을 몰랐을 만큼 폐쇄적이기도 하다.
실장 포함 직원이 셋뿐인 우리 사무실의 책상 배치는 비교적 자유롭다. 가장 안쪽에 앉게 된 것은 손님들이 방문해도 비교적 덜 소란스럽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실장과 이야기를 나누던 손님이 책장 뒤에서 일어서는 나를 보았다. 가장 안쪽에 있어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으로 오해한 듯했다. 실장 위의 직함이 언뜻 생각나지 않은 그는 엉겁결에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렀다.
소설가 하성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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