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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기관 예상보다 체력 '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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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기관 예상보다 체력 '양호'

입력
2009.05.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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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9개 주요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7일(현지시간) 발표됐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경기가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경우를 상정해 금융회사들이 추가로 발생하는 손실과 이에 따른 유동성 위기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가를 판별하는 것으로, 향후 금융시장의 체력을 가늠할 지표가 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아왔다.

결론은 예상했던 것보다 양호했다. 19개 금융기관 중 9개는 추가 자본확충이 없어도 되는 것으로 나왔고, 나머지 10개 은행은 모두 746억달러의 추가 자본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자본확충을 요구받은 금융기관은 미국 최대 은행인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로 339억달러가 추가로 투입돼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두달여 넘게 테스트가 진행되면서 온갖 루머와 억측이 난무했던 테스트에 대한 결과가 최종 발표됨으로써 금융시장은 안정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금융기관들의 체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난 것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테스트 자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테스트가 "너무 쉽게 출제돼" 낙제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금융분석가인 버트 앨리는 "눈속임에 불과하다"며 "은행들은 단 한푼도 추가 손실에 대비해 자본을 늘리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더글러스 앨리엇 수석 연구원은 "746억달러는 형편없이 적은 수치"라며 은행 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는 최소 1,000억~2,000억달러가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테스트가 투명하고 신중하게 진행됐다"며 "자본금 확충이 이뤄지면 은행들이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확충을 요구받은 금융사들은 다음달 8일까지 확충 계획을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11월 9일까지 계획을 이행해야 한다. 따라서 관심은 자본확충이 얼마나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느냐, 또 금융시장이 이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모아진다.

BoA를 포함한 '문제 있는' 금융기관들은 자본확충 방안으로 자산매각과 신주발행 등을 고려하고 있으나, 취약한 금융시장 여건으로 볼 때 매물이 쉽게 소화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뉴욕증시가 꾸준히 상승국면을 유지하고 있지만, 대규모 신주물량을 소화할 정도의 체력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자본확충을 충족하지 못하면 정부가 직접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그 대가로 지분을 확보하는 방안이 불가피하나 이 경우 또다시 국유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융당국이 공적자금 대가로 확보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은 하되 유보하는' 방식으로 국유화 논란을 피해가는 편법을 쓸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보통주로 전환하면 의결권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금융기관의 이사진 교체 요구에 신중을 기하겠다"고 한 금융당국의 발언을 들어 "당국이 수십년 동안 꺼려왔던 방식으로 은행에 맞설 수 있느냐가 과제"라고 전했다.

워싱턴=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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