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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명왕성에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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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명왕성에서 2

입력
2009.05.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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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서 2 - 김소연

잘 있다는 안부는 춥지 않다는 인사야. 고드름 종유석처럼 플라스틱처럼.(너는 전기난로를 장만하라 말할 테지만) 덕분에 나는 잘 있어. 이곳은 뺄셈이 발달한 나라. 한낮에도 별 떴던 자리가 보여. 사람이 앉았다 떠난 방석처럼 빛을 이겨 낸 더 밝은 빛처럼 허옇게 뚫린 자리가 보여. 그때는 별의 모서리를 함부로 지나던 새의 날갯죽지가 베이지. 하루하루 그걸 바라보고 있어.

말해 줄게. 나의 진짜 안부를. 네가 준 온도계는 미안하게도 쓸모가 없었다는 것도. 네가 준 야광별자리판은 쓸모를 다한다는 것도, 밤낮 칠흑이라 밤낮 빛을 낸다는 것도.(너는 다행이라고 말할 테지만) 새들은 고드름 종유석 구멍에다 둥지를 틀지. 강아지는 플라스틱으로 배를 채우지. 나는 날마다 뺄셈을 배우지. 나는 점으로 접혔다가 한낮에만 잠시 부풀어 오르는 작은 구슬이 되었어. 생각지 못했던 사물들과 하루하루 친밀해지는 시간들이야.

●명왕성에서 네가 보낸 편지가 오늘 내 우편함에 도착했어. 명왕성이라니! 덧셈이 발달한 행성 지구에서는 오늘도 계단이 102층 위에 쌓이고 있어. 나는 103층의 위층에서 가장 멀리까지 두리번거리며 너를 찾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명왕성이라니! 태양계의 행성 목록에서도 제외된 명왕성에서 너는 뺄셈을 배우고 있었구나. 네가 사라진 자리, 내 마음의 구멍들 때문에 나는 춥고 괴로워. 명왕성에서 네가 배운 뺄셈을 지구에서 내가 배울 수 있을까.

한낮에도 별 떴던 자리를 너는 보고 있구나. 나는 사라진 별의 자리를 보지 못하고 함부로 날아다니다 별의 모서리에 날갯죽지가 베이는 새의 모습으로 너를 찾아 헤맸어. 지구에서 이별을 배우는 건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결국 모두 배우지. 나도 내일은 네게 답장을 쓸 수 있을 거야.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김소연 1967년 생. 1993년 ‘현대시사상’으로 등단. 시집 <극에 달하다>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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