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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다가선 교황/ 베네딕토 16세 부임후 첫 중동순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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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다가선 교황/ 베네딕토 16세 부임후 첫 중동순방

입력
2009.05.1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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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의 창시자 무함마드를 비판했던 교황 베테딕토 16세가 부임 후 처음 중동을 방문해 이슬람과 기독교의 화합을 외쳤다. "종교가 대립과 분열을 야기해서는 안된다"며 종교로 촉발된 분쟁지역의 '평화전도사'로 나선 것이다.

베네딕토 16세는 요르단 방문 이틀째인 9일 '후세인 빈 탈랄'예배당을 찾아 "무슬림과 기독교는 오해로 얼룩진 역사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지만 신을 충실히 섬기는 신앙인으로서 상대를 알아가고 이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베네딕토 16세는 "화합의 디딤돌이어야 할 종교가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목적 등으로 대립과 분열, 심지어 폭력을 유발하고 있다"며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자신의 종교를 강제하려는 상황이 벌어질수록 참된 신앙과 원칙의 필요를 절감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최근 요르단에서 진행되고 있는 종교간 공동 연구와 교육ㆍ공공사업을 통해 기독교인과 무슬림이 서로 끌어안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베네딕토 16세는 추기경 시절부터 '가톨릭 정통 교리의 수호자'로 불릴 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했다. 특히 2006년 9월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 미사에서 "무함마드가 갖고 온 것은 사악하고 비인간적인 것들"이라고 말해 이슬람의 격한 반발을 야기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베네딕토 16세는 교회 내부의 교리문제에만 집중할 뿐 자신의 발언이 외부 세계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분석했다.

그러나 이번 중동 순방에서는 그런 우려를 씻고 종교의 화합을 강조, 세계적 지도자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교황은 실제 8일 요르단 수도 암만에 도착하자마자 열린 환영행사에서 "이번 방문은 내게 무슬림 공동체에 깊은 경의를 표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인간의 기본적 인권인 종교의 자유가 전세계 곳곳에서 더욱 옹호되는 게 나의 바람"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교황에게 "무슬림과 기독교인은 법 앞에 평등하고 각자의 믿음을 통해 평화를 추구하며 미래를 만들어갈 의무가 있다"고 화답했으며 국왕의 사촌인 가지 빈 무함마드 빈 탈랄 왕자는 "2006년 레겐스부르크대학 발언이 교황의 의견이 아니라 중세 문헌의 인용이라고 확실히 한 것에 감사한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순방을 '평화의 순례'로 명명한 베네딕토 16세는 15일까지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공식 방문하고 중동의 평화정착을 촉구할 예정이다. 특히 예루살렘과 나사렛, 베들레헴 그리고 팔레스타인 난민수용소를 찾아 서방과 무슬림, 유대교와 기독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관계 같은 예민한 사안의 복잡한 실타래를 풀어나갈 계획이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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