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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4> 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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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시를 만나다] <34> 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

입력
2009.05.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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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행성을 지나는 늙은 선로공-황병승

하늘은 맑고 시원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오후

빛바랜 작업복 차림의 한 늙은 선로공이

보수를 마치고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앙상한 그의 어깨 너머로

끝내 만날 수 없는 운명처럼 이어진 은빛 선로

그러나 언제였던가, 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

보수를 마친 늙은 선로공이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걷고 있다

● 젊은 선로공이 늙은 선로공이 될 때까지 두드렸던 은빛 레일은 오늘 저녁 노을빛 속에서도, 그리고 내일 아침의 태양빛을 반사하면서도 두 줄기로 뻗어있다. 끝내 만날 수 없다는 것이 너와 나의 운명인가. 그래서 기차는 출발하고, 10분 후에 또 출발하고, 10분 후에 또 출발하는가. '아득한 저 멀리로 화살표의 끝처럼 애틋한 키스를 나누던 기억…'을 ?아서 기차는 10분 후에 또 출발하는가.

화살표의 끝이 가리킨 곳은 어디였을까. 화살표의 끝에서 길을 잃어버린 연인들이 바람 부는 허허벌판에 서 있었다. 그러나 두 줄기의 은빛 레일이 그들의 소행성을 띠처럼 두르고 있었으므로 그들은 끝내 길을 잃어버릴 수 없었다. 그들의 운명을 이미 지나온 자 같은 늙은 선로공이 그때 커다란 공구를 흔들며 선로를 따라 걸어갔다. 늙은 선로공이여, 그대의 나부끼는 은빛 머리칼이여, 그대의 너무나 잔잔한 슬픔이여, 나의 것 같은 슬픔이여,

서동욱(시인ㆍ서강대 철학과 교수)

■ 김행숙(시인ㆍ강남대 국문과 교수)

ㆍ황병승 1970년 생. 2003년 '파라21'로 등단. 시집 <여장남자 시코쿠> <트랙과 들판의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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