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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다이어트 홀릭' 다이어트,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욕망

입력
2009.05.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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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혜수 외 지음/텐 에이엠 발행ㆍ312쪽ㆍ1만원

내가 몸의 주인이 아니라 몸이 나의 주인이 되어버린 시대. 다이어트는 이 가치전도 시대의 우울한 상징이다.

<다이어트 홀릭> 은 권혜수, 김경혜, 김비, 송은일, 신현수씨 등 여성 소설가 9명이 다이어트를 주제로 쓴 기획소설집이다. 외모지상주의라는 속물적 세태를 풍자하는 작품에서부터 다이어트를 감내하는 동안의 긴장을 현대인의 불안심리와 연결시킨 작품까지 9인 9색의 소설적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권혜수씨의 '나의 아름다운 로망'은 타자의 시선이 존재의 굴레가 돼버린 현대 여성의 서글픈 자화상을 그려낸 작품. 초등학교 시절 '꽃돼지'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왕따를 당했던 시골 소녀 재영은 '164센티미터, 45킬로그램'이라는 신체조건을 갖기 위해 혹독한 다이어트를 감내하고, 20년이 흐른 뒤 자신을 놀렸던 동창들을 찾아가 그들을 경악하게 하는 복수를 꾀한다. 쓰러지기 전까지 학교 운동장을 돌고 하루 300배(拜)로 생땀을 빼는 등 다이어트 과정 묘사가 적나라하다.

그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바람이 터진 뒤 그 허망을 어떻게 감당하나. 그 뒤로는 또 무슨 환상을 붙잡고 나를 설득시키지"라는 재영의 독백은 채워도 채워도 채울 수 없는 욕망에 구속돼 있는 현대인들의 비극적 존재양상을 씁쓸하게 보여준다.

살을 빼지 않으면 결혼하지 않겠다는 연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위를 자르는 수술을 마다않는 엽기적인 사내(장정옥 '봄밤, 도킹'), "살을 빼면 운이 트일 것"이라는 비만치료사의 말에 솔깃해 거금을 다이어트 프로그램에 쏟아붓는 젊은 여성(이근미 '그녀의 수난시대')은 재영의 복사판. "많이 먹을수록 허기가 더하는 것은 영혼이 그만큼 외롭기 때문이고, 외로움은 육체의 허기가 아니라 정신의 허기에서 비롯되는 거… 영혼이 외로운 사람은 위가 아홉 개쯤 되는 짐승처럼 늘 그렇게 배가 고픈 법"(장정옥 '봄밤, 도킹')과 같은 서술은 타인은 물론 자신의 육체와도 소통이 불가능해진 현대인의 소외를 뼈아프게 드러낸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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