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東京)에서 신주쿠(新宿) 시부야(澁谷)와 어깨를 견주는 부도심 이케부쿠로(池袋)의 대형 백화점 한 곳이 6일 문을 닫았다. 이케부쿠로가 부도심으로 번화하기 시작한 1957년에 문을 열어 50년 넘게 지역 명물이었던 미쓰코시(三越) 이케부쿠로점이다.
일본 경제의 중심이자 1,300만 인구가 밀집한 도쿄 도심의 백화점 폐점은 흔치 않은 일이다. 폐점을 앞두고 한 달 가까이 이어온 세일도 이날 오후 7시30분으로 마감이었지만 아쉬움을 안고 매장을 찾은 사람들은 8시가 지나도 돌아갈 줄 몰랐다.
이날 폐점한 미쓰코시 백화점은 이뿐이 아니다. 남부 규슈(九州) 가고시마(鹿兒島)에서도 25년 동안 영업해온 가고시마점이 문을 닫았다. 앞서 3월에는 미야기(宮城)현 나토리(名取)점, 도쿄 무사시무라야마(武藏村山)점이 폐업했다. 일본 최초의 백화점 브랜드 미쓰코시는 영업부진으로 지난해 이세탄(伊勢丹)백화점과 합병했다. 잇따른 폐점은 합병 지주회사 미쓰코시이세탄홀딩스의 구조조정의 일환이다.
일본 전국에서 대형 백화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소비시장이 크게 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가 명품 위주의 판매 전략을 고수해온 백화점들이 대도시 주변에 생겨나는 대형 쇼핑몰이나 아울렛의 도전에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일본 전국 백화점의 지난해 전체 매출은 전년에 비해 6.8% 감소했다. 1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매출 총액은 1998년 9조1,200억원을 최고로 줄기 시작해 지난해는 7조1,74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10년 사이 20% 이상 매출이 줄었고 점포수도 전성기에 비해 10% 이상 감소했다.
백화점의 부진은 대형 쇼핑몰이나 아울렛, 인터넷 쇼핑몰의 도전과 인구 감소라는 사회구조적인 변화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백화점이 문을 닫으면서 백화점을 중심으로 조성된 도심 상업지의 공동(空洞)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다는 점이다. 홋카이도(北海道) 등 일부 폐점 계획이 발표된 지방에서는 주변 상인들이 백화점 살리기 운동까지 벌이는 형편이다.
그렇다고 모든 유통업체들이 고전하는 건 아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독신자 증가에 맞춘 영업을 강화해온 편의점은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성장하며 전체 매출(7조8,566억엔)에서 사상 처음 백화점을 앞질렀다.
"백화점 매출은 향후 5, 6년 사이 5조엔대로 주저 앉을 것"이라는 위기감에 대형백화점끼리 생존을 위한 합병 바람도 거세다. 2003년 소고와 세부(西武)백화점이 '밀레니엄 리테일링'으로 통합한 것을 시작으로 2007년에는 다이마루(大丸)와 마쓰자카야(松坂屋)가, 지난해에는 미쓰코시와 이세탄이 합쳤다.
합병붐에 갑자기 매출 1위 백화점에서 3위로 주저 않은 다카시마야(高島屋)도 지난해 말 한큐(阪急)백화점 등을 거느린 'H2O리테일링'과 쫓기듯 경영통합 계획을 발표했다. 당분간 일본 백화점 업계는 점포 구조조정은 물론 중저가 상품 도입 등의 새로운 판매 경쟁이 거셀 전망이다.
도쿄=김범수 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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