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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기업 실물경기 설문/ 달러貨 기준 실적 봤더니… 美·日·EU보다 성장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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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기업 실물경기 설문/ 달러貨 기준 실적 봤더니… 美·日·EU보다 성장 부진

입력
2009.05.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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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업 실적이 선진국에 비해 양호해 보이지만 '환율 효과'를 제외하면 성장성과 수익성이 극히 부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10일 '최근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경영성과 비교'라는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기업의 성장성은 상당히 양호한 수준을 보였지만 달러화 기준으로는 미국이나 일본, 유럽 기업에 비해 낮았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2,000개 글로벌 기업 중 2007년, 2008년의 실적 자료가 공개된 1,243개 비금융기업을 분석했다. 한국 기업은 비금융기업 44개사를 대상으로 했다.

환율이 반영된 자국 통화 기준으로 한국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2007년 13.2%에서 지난해 24.3%로 증가, 배 가까이 높아졌다. 엔화가 강세를 나타낸 일본 기업의 매출증가율은 6.9%에서 0.5%로 떨어졌고 미국은 8.5%에서 7.8%로, 유로지역은 7.3%에서 5.4%로 각각 하락했다.

그러나 환율 요인을 제거한 달러 기준으로 보면 순위가 역전된다. 일본의 매출증가율은 5.6%에서 14.4%로 크게 높아졌고 유로지역은 17.0%에서 13.1%로 소폭 하락했으나 한국은 16.4%에서 5.1%로 급락했다. 특히 환율이 크게 상승했던 지난해 4분기 한국 기업(39개사 기준)의 매출증가율은 원화 기준 13.4%로 '선방'했으나 달러 기준으로는 -23.2%로 나타나 큰 폭의 마이너스를 보였다.

환율 효과는 수익성에도 반영됐다. 한국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2007년 7.2%에서 지난해 6.2%로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순이익률은 4.4%에서 2.1%로 반토막이 났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은 일본(4.9%)에 비해 높지만 순이익률은 일본(3.5%)에 비해 낮았다. 이는 환율 상승이 영업이익에 도움을 주지만, 외화환산손실이나 외화평가손실 등을 확대해 정작 순이익에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올해 1분기에도 기업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조짐은 없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포브스 글로벌 2000 기업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한 259개의 매출증가율이 지난해 4분기 0.3%에서 올해 1분기 -7.8%로 크게 악화됐다"면서 "글로벌 경기위축에 따른 수요 둔화로 올해 연간 기준 글로벌 기업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생존경쟁은 더욱 심해지고, 경쟁력이 강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격차가 더 커지면서 '과점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원은 "다른 나라 기업들이 실적 악화에 대응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동안 우리나라 기업이 환율 효과에 힘입은 실적 개선에 안주해 경쟁력 강화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와중에 환율마저 하락한다면 우리 기업의 실적은 글로벌 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환율과 같은 외부 요소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연구원은 지적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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