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는 사라 푸에르스텐베르거는 경기침체로 평소 8시간이던 근무시간이 급격히 줄었다. 격일로 일하는 날도 많다. 그러나 임금은 별 차이가 없다. 해고를 피하기 위한 '단기노동(Kurzarbeit)'이라는 사회안전망 덕분이다. 특정 기간 노동시간을 줄이는 이 제도를 통해 사라는 임금의 3분의 2를 보전 받는다. 그는 "미국 디트로이트에 있었으면 일분 일초가 살기 힘들었겠지만 사회안전망 덕분에 경기침체를 느끼지 못할 만큼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미 MSNBC방송,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유럽국가의 사회안전망이 경기침체의 속도마저 늦출 만큼 잘 갖춰져 있어 재조명 받고 있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다.
실직자에게도 급여를 보장해주는 서유럽의 기존 사회안전망이 자동적으로 국민들의 지출을 이끌어내 경기침체에 따른 충격을 줄인다는 것이다. 해고를 통한 노동비용절감에 의존하는 미국 기업들과는 딴판이다. 한스 베르너 진 독일 경제연구소 소장은 "유럽의 일자리 보호책과 실업혜택은 경기 상승시 기업의 발목을 잡는 측면이 있지만 경기 하강 시에는 일자리와 소득을 보장해 소비를 유지시킬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올해 단기노동자를 위해 예산 28억5,000만달러를 마련했다. 지난해의 2억7,000만달러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WSJ은 "경기 위기로 수천억 달러를 쏟아 부으며 경기부양을 위해 애쓰는 미국이 유럽 복지혜택 시스템을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럽 상황이 낙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서유럽 국가 중 경기침체 피해가 가장 적은 독일도 영원한 복지혜택을 영유할 수는 없다. 실직자 지원을 후하게 하는 대신 세금을 통한 고통분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은 이번 위기 전 GDP의 0.4% 만을 실직자를 위해 사용한 반면 벨기에는 10배인 4%를 배정했다.
박관규 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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