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경제 현장에서 뛰는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은 ‘아직 경기의 바닥이 아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본격적인 경기 회복세는 내년 상반기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업들은 오히려 정부가 적극적인 내수 진작에 나서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자산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으나 산업현장의 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는 것이다.
본보가 6~10일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SK에너지 LG화학 등 30대 주요 기업 기획 담당 최고 책임자와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물 경기 진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경기가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보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바닥을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답한 기업이 16곳(53.3%), ‘저점 근처’로 본 기업이 13곳(43.3%)이었다. 바닥에 가까워지고 는 있지만 아직 바닥은 아니라는 얘기다.
바닥이 아직 아니라고 답한 기업과 ‘모르겠다’고 답한 17곳에 바닥이 언제 올 것으로 보느냐고 물었더니 4분기라고 답한 기업이 7곳, 내년 상반기라는 기업이 6곳이었다. 또 내년 하반기 이후로 본 기업도 3곳이나 됐고, 아예 내후년이후로 본 기업도 있었다.
바닥이 곧바로 회복과 맞물리는 것도 아니었다. 본격적인 경기 회복 시기를 묻는 설문에는 절반(15곳)이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내년 하반기라고 답한 곳도 10곳(33.3%)이나 됐다. 아예 내후년 이후가 될 것으로 보는 곳도 2곳이 있었다.
이처럼 경기 회복 시기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으면서 투자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건 힘들었다. 투자 확대 계획이 있는 지를 묻자 14곳(46.7%)이 미정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검토중이라고 답한 기업이 8곳(26.7%), 확대할 것이라고 밝힌 기업도 6곳(20%)에 달해 경기 회복이 확인될 경우 곧바로 투자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시중에 돈이 너무 풀렸다는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기업 경영의 최우선 순위는 여전히 ‘유동성 확보’였다. 12곳(40%)의 기업이 현금 흐름(Cash Flow)을 가장 중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경비절감이라고 답한 기업이 각각 6곳씩이었다.
경기 전망이 아직 불투명한 만큼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둬 추진해야 할 정책은 내수 진작이라고 주문한 기업이 13곳이나 됐다. 또 유동성 지원, 재정지출 확대, 규제 완화라고 답한 기업도 각각 5곳씩으로 조사됐다. 반면 과잉 유동성 회수라고 답한 곳은 2곳에 그쳤다.
한편 하반기 원ㆍ달러 환율에 대해선 1,200원대가 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19곳(63.3%)으로 압도적이었다. 국제 유가(두바이유 기준)도 배럴당 40~60달러일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이 17곳(56.7%), 60~80달러로 본 기업이 12곳(40%)으로 지금보단 높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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