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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와 미라' 전시 맡은 양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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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오와 미라' 전시 맡은 양희정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입력
2009.05.10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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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애틋한 사랑이 느껴지지 않으세요?"

고대 이집트 문명전 '파라오와 미라'의 전시 실무를 맡은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 양희정(32)씨.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 전시실에서 만난 그는 "가슴이 찡하다"며 '네스콘수의 미라'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네스콘수의 미라는 25~30세로 추정되는 엄마와 출산 도중 죽은 쌍둥이의 시신이다.

양 학예사는 "여성의 무릎과 배 위에 쌍둥이로 보이는 두 아이의 미라가 함께 안치돼 있다"며 "아이를 출산하다가 사망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가족이 이들 3명의 영생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재산을 들여 미라를 만들고 무덤을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반적으로 이집트 미라를 생각하면 어딘지 무섭고 으스스한 기분이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야 했던 가족의 슬픔과 사후 세계에 대한 염원 등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 미라는 이집트 25왕조 시대인 기원전 760~656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나일강 중류지방인 테베에서 출토됐다.

이집트 미라가 국내 최초로 공개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한국박물관 100주년을 기념해 4구의 '진짜' 미라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는 것.

특히 수십 겹의 아마포 천으로 감겨 누워 있는 '여성 미라'는 압권이다. 도굴꾼들에 의해 얼굴 부위 붕대가 동그랗게 파헤쳐져 미라 제작 당시 '역청'을 채워넣은 눈과 검게 변색된 이마, 콧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나머지 3구는 아마포 천으로 감싼 뒤 표면에 회반죽을 발라놓았기 때문에 내부를 확인 할 수는 없다.

2700여년이 지난 이집트의 실제 미라를 한국에 들여오기란 쉽지 않았다. 2년 전 오스트리아 비엔나 미술사박물관과 유물 대여협상을 할 당시 미라 전시는 빠져 있었다. 운반도 문제이지만 일반인에 공개될 경우 훼손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유럽에서조차 특별전시장이 아닌 상설전시장에는 미라를 공개하지 않고 있었다.

양 학예사는 오스트리아 박물관 측을 집요하게 설득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이집트인의 내세관을 한국에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미라 전시가 반드시 필요했다. 결국 단순한 흥미거리가 아닌 미라 제작 과정 등을 담아 과학적으로 전시하겠다는 약속을 한 후에야 대여 협약식을 체결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이집트 진품 유물은 미라 4구를 포함해 231점으로 늘어났다. 보험가액만 65억원이다.

양 학예사는 전시실도 이집트의 내세관을 총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이집트의 신', '신의 아들 파라오', '이집트인들의 삶', '영원에 이르는 길' 등 4개의 테마로 나눠 구성했다. 악어, 고양이 등 동물 미라와 신의 아들인 파라오의 흉상, 스핑크스, 내세에서 주인을 대신해 일을 하는 몸종인 '샵티', 부적, 화장도구 등도 관람할 수 있다.

양 학예사는 "8월 30일까지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 대한 반응이 좋아 휴일에는 8,000여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며 "연말부터는 고대 잉카제국의 유물을 전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성호 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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