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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인터넷 사랑방' 거리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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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인터넷 사랑방' 거리로 나섰다

입력
2009.05.10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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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지하철 4호선 노원역 사거리 앞. 백발 성성한 노인부터 엄마를 따라 나온 초등학생까지 150여명이 모여 "강남북 차별철폐" "재건축 연한 20년 환원" 등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동부간선로와 월계1교 확장' '창동 차량기지 조속 이전' 등 지역의 오랜 숙원들도 꺼내 들었다. 지나가던 주민들은 "힘내세요"라며 거들었다.

이날 집회의 주최는 인터넷 커뮤니티 '노원 사랑방'. 2005년 6월 개설된 이 모임의 회원은 1만7,000여명. 노원구 주민이 20만여 가구, 62만여명이니, 열 집 중 한 집 꼴로 가입한 셈이다.

최덕열(60) 노원사랑방 대표는 "인터넷으로 뭉친 동네 주민들이 노원 발전을 위해 거리로 나선 것"이라면서 "내가 사는 동네를 누가 알아서 챙겨주던 시절은 지났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 커뮤니티 붐을 타고 아파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한 인터넷 동네 커뮤니티. 친목 도모로 출발했던 이들 모임이 교통, 교육, 환경 등 지역문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발언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우리 동네 발전은 우리 손으로"

동네 커뮤니티는 초창기만 해도 부동산 정보를 공유하거나 폐쇄회로(CC)TV 설치 요구 등에 한 목소리를 내는 정도에 그쳤다. 그러던 것이 이른바 '아파트 제값 받기' 운동으로 발전하면서 한때 '집값 담합'의 진원지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광계산 살리기 운동' '당현천 복원 운동' '민자 고속도 통행료 인하' 등 지역사회 현안에 대해 전방위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심과 활동의 폭이 넓어지면서 커뮤니티 참여자도 전업주부 중심에서 대기업 사원, 은행 간부, 변호사, 자영업자, 퇴직자 등으로 다양해졌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이우천(35) 노원사랑방 홍보과장은 "집값이 활동의 단초가 됐더라도 결국 지역이 발전해야 집값 문제도 해결된다는 공감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서명… 시위… 소환…동맹

동네 커뮤니티는 강력한 결속력을 무기로 다양한 방법으로 지역 현안에 입김을 행사한다. 경기 남양주시 화도읍 3만여세대 중 8,000여명이 가입한 화도사랑은 7월 개통 예정인 서울-춘천 민자고속도 통행료 인하를 위해 집단행동에 나설 태세다.

노원사랑방도 도봉운전면허시험장 이전을 위해 전체 주민 62만명 중 41만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용인시 '수지시민연대'는 분당선 연장을 위해 2만7,000여명 서명을 받았고, '광계산, 소실봉 살리기'를 위해 헌법소원을 내기도 했다.

지역 커뮤니티들끼리 '동맹'을 하기도 한다. 이미 36개 커뮤니티와 연계한 화도사랑은 남양주시 호평 평내 지역 커뮤니티 2곳과 일종의 '일촌'을 맺어 경춘선 연장구간 조기 개통, 국회의원 후보자 질문지 작성 등 연대에 나서기도 했다.

■ 지자체도 커뮤니티 '눈치보기'

지방자치단체도 이들 커뮤니티와의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남양주시청은 7명으로 구성된 온라인 정책 홍보 태스크포스팀을 운영하며 이들의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단순히 우리 집 앞 쓰레기를 치워달라는 지엽적 민원이 아니라 시정에 반영할 만한 아이디어가 많아 간담회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네 커뮤니티의 발전에는 기존 시민단체의 지나친 정치 몰입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중앙집중적으로 이뤄지며 정작 '시민'이 실생활에서 느끼는 문제를 대변하지 못했다는 것.

강성구(53) 수지시민연대 공동대표도 "우리는 비정치적이고 오직 지역문제에만 관심을 갖는다는 점에서 기존의 시민단체와는 전혀 다르다"고 강조했다.

■ 풀뿌리 강화인가, 님비 부채질인가

이들 커뮤니티는 주민들이 공감하는 '동네 문제'를 제기하고 각종 선거 시 공약 검증을 통해 능동적 정치참여를 끌어낸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송경재 경희대 연구교수는 "지역 이기적 결속만 추구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인 정치 관심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풀뿌리 전자민주주의'라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집값 담합을 비롯해 님비(지역이기주의)를 부채질하고, 선출직 관료들을 인기영합주의에 빠져들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동네 커뮤니티는 기존 이익집단과는 달리 유연성과 자발성을 갖춘 제4의 결사체"라며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으로 흐르지 않도록 자기규범과 신뢰를 기초로 자치단체와 의견을 조율하는 등 건강성을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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