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 경보로 세계가 온통 난리를 치는 가운데 공연한 '헛소동'을 의심하는 시각이 눈에 띈다. 새로운 치명적 전염병 등 '지구적 재앙' 경고에 으레 뒤따르는 까칠한 주장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신종 플루의 양상에 비춰 마냥 비웃을 일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10년 전 세계를 긴장시켰던 '밀레니엄 버그(millennium bug)' 헛소동에 곧장 빗댈 수는 없지만, 일반 독감보다 오히려 쉽게 낫는 독감 바이러스가 '신종'이라고 해서 이토록 법석을 떠는 게 어딘지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단지 무식한 탓일까.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가 백신 개발 등 국제적 대응을 주관하는 마당에 '헛소동' 주장은 언뜻 황당하다. 세계 각국이 앞 다퉈 방역 비상을 걸었고, 더러 과잉대응 논란까지 있을 정도다. 특히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목청 높여 '인류에 대한 바이러스의 경고'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맨 처음 신종 플루가 발생해 160여명이 숨졌다던 멕시코의 실제 사망자 수가 20여명으로 수정되고, 그 다음으로 많은 600여명의 환자가 발생한 미국에서 고작 1명이 숨졌다는 소식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확진 환자 2명이 1주일 남짓 만에 깨끗하게 나은 것도 그렇다.
■WHO와 전문가들은 신종 플루 바이러스의 병독성이 약한 수준에 그친 덕분이라면서, 언제든 강력한 독성의 새 변종으로 바뀔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 당장 남반구가 겨울철이 되기 때문에 대유행(pandemic)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며, 특히 예방 백신이 없어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백신이 있는 보통 독감에 걸려 합병증 등으로 숨진 사람이 올 겨울 미국에서만 매주 평균 800명이라는 공식 집계를 근거로 신종 플루의 위험성이 과장됐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온다.
■미 CNN은 신종 플루의 위험이 해마다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희생되는 일반 독감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전파 속도 등이 그에 못 미치는 데다, 타미플루 등 일반 독감 치료약도 잘 듣는다. 예방 백신이 문제라지만, 백신이 있는 독감 바이러스도 계속 변종을 만든다. 따라서 우려(concern)를 넘어선 경보(alarm)는 부적절하다는 결론이다. 영국의 저명한 논객 사이먼 젠킨스는 아예 "신종 플루 공포는 전문가 집단과 제약업계의 국제 '의산(醫産) 복합체'가 만든 것"이라며 "공포가 가시고 나면 백신 개발 등에 막대한 돈을 낭비한 소동의 진상을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지켜 볼 일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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