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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토이남… 섬세·낭만·자아도취형 신종족 女心 끌어당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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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토이남… 섬세·낭만·자아도취형 신종족 女心 끌어당기다

입력
2009.05.0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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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터넷에선 젊은 여성들을 위주로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프로젝트 그룹 토이의 가수 유희열(38)이 KBS 2TV의 음악방송 프로그램 '유희열의 스케치북' 진행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혈'(유희열에 대한 애칭) 마니아들은 "'원조 토이남'이 라디오에 이어 TV도 점령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혹 '토이남'을 알고 있는지. 아니 들어는 봤는지.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소리 없이 매력 있는 남자로, 새로운 남성상을 대변하는 문화 코드로 떠오르는 이 신종족이 정녕 금시초문인가.

그렇다면 당신, '소맥'을 하루의 피로를 씻어주는 일용할 양식으로 여기는 범상한 아저씨일 확률 90%, 지하철 탈 때마다 빈 자리를 향해 눈에 불을 켜고 질주하는 아줌마일 가능성이 매우 짙다.

■ 취향 뚜렷한 나르시스트

바야흐로 토이남의 시대다. 토이남은 문화 칼럼니스트 김현진씨가 2007년 웹진 매거진T의 칼럼을 통해 공식화하면서 인터넷을 빠져 나와 세상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어원은 그룹 토이에서 비롯됐다. 토이의 노래에서나 나올 것 같은 낭만적 삶을 사는, 감수성 예민하고 자기애가 유난히 강한 대한민국의 20대 후반 30대 초반 남성을 가리킨다. 가끔은 30대 중후반 남성 중에서도 토이남 기질이 포착된다.

이들의 삶은 흑백보다 총천연색을 지향한다. 남이 해주는 음식보다 자신이 직접 조리한 요리를 즐긴다. 술 한 잔을 마셔도 소주나 생맥주는 사절이다. 이들에게 폭탄주를 권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카페에서 한 병에 7,000원가량 하는 벨기에의 프리미엄 맥주 호가든이나 독일의 벡스 다크를 즐기기 때문이다.

패션에도 남다른 취향과 감수성을 발휘한다. 여자들 못지않게 최신 유행에 민감하고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직장인 김혜인(가명ㆍ32)씨는 "내가 아는 토이남은 안경테만 50개 정도로 그날그날 옷에 맞춰 사용한다. 토이남은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토이남의 장래 희망? 사장이니 이사니 하는 세속적인 꿈은 달나라 일이다. 대신 근사한 외모의 은발 신사가 되고 싶어한다. 이들은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나 제레미 아이언스의 성숙한 은빛 외모에서 포근하고 안락한 미래를 엿본다.

문화나 소비 취향을 넘어 토이남을 일반적인 남성들과 구별 짓는 요소는 나르시시즘이다. 이들은 의류 광고에 나올 법한 자전거의 앞 짐칸에 먹지도 않을 바케트 빵을 싣고 양 옆으로 가로수가 우거진 길을 달리고 싶어한다. 자신의 허리를 감싼 연인이 두 발을 한쪽 방향으로 다소곳이 모은 채 뒷자리에 앉아 있다면 금상첨화다.

지독한 사랑에 빠져도 나르시스트의 면모를 버리지 않는다. 아무리 뜨겁게 사랑하는 여자일지언정 마음을 다 바치지 않는다. 열애에 빠진 자신을 사랑스럽게 지켜볼 수 있는 감정적 여유와 낭만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 게이? 된장남? 초식남?

누군가는 되물을지 모른다. '이 놈 결국 게이 아냐?' 하지만 토이남은 게이와는 분명한 선을 긋는다. 패션과 문화 소비 취향에서 여성성을 드러낸다지만 성적 취향까지 여성을 따라가지 않는다.

혹자는 '유지비'가 꽤 나올 듯한 토이남의 소비 행태를 두고 '된장남(과소비 성향이 유난히 강한 남자)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할 수도 있다. 하지만 토이남이 혐오하는 남자 유형 중 하나가 된장남.

떡볶이 하나에도 마음을 쉬 열지 않고 이리저리 따져보는 게 이들이 자랑하는 습성 중 하나. 미국 여행 중 벼룩시장에서 알뜰하게 구매한 재킷과 구제 가방 등을 소중히 여긴다. 그러나 일단 특정 상품에 '필'이 꽂히면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토이남은 최근 일본에서 등장한 '초식남'과도 곧잘 비교된다. 토이남과 초식남은 '남자다움에 구애받지 않는 온후한 남성'이라는 면에서 겹친다. 그러나 초식남은 이성 교제에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 토이남과 다르다.

토이남이 최근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남의 새로운 표본으로 부상한 이유는 섬세한 배려심 덕분이다. 여자친구 선물을 사기 위해 몇 시간을 돌아다녀도 피곤한 기색을 보이지 않고 요리 실력도 남다른 이 남성 유형, 처음부터 굳이 멀리할 여성이 있을까.

직장인 김미연(가명ㆍ32)씨는 "상대를 배려하기에 데이트할 때 마음이 편하다. 토이남의 성향이 단점보다 장점으로 승화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여숙(가명ㆍ32)씨는 "남편이 토이남인데 각자의 시간과 취미를 중요하게 여겨 좋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가의 카메라 수집 등 '장난감' 모으기가 단점이지만 아내의 여성스러운 취향을 잘 맞춰져 만족한다"고 덧붙였다.

토이남의 등장은 변화하는 사회의 문화적 소산이라는 시각이 있다. 문화 칼럼니스트 김홍기씨는 "1990년대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받은 남자들은 가부장적이고 마초적인 전통적인 남성상을 멀리 한다"며 "공일오비와 토이, 인디 뮤직 등이 토이남의 감수성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토이남… 젊은 여성일수록 호감도 높아

'토이남과의 연애는 예스, 결혼은 노.'

여성들은 자신들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취향도 공유할 수 있는 토이남을 실제로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또 남성들은 여성성이 가미된 새로운 남성 유형의 출현에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국일보 프리팀이 직장 남녀 100명(남자 38명, 여자 6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6명이 토이남에 대해 호감을 지닌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중 호감을 표시한 사람은 단 1명에 불과한 반면 여성은 15명이 호감을 나타냈다. 남성성에 대해 유난히 엄격한 우리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를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토이남에 대한 호감도가 보통이다'라고 응답한 남성은 19명이었으며 여성은 27명이었다. '매우 비호감'이라는 응답은 남성과 여성이 각각 6명이었다. 남성과 여성 공히 나이가 적을수록 토이남에 대해 호의적 태도를 표시했다.

남성들은 전반적으로 비호감을 드러냈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토이남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강하게 드러냈다. 안영호(가명ㆍ36)씨는 "토이남 성향 직원이 우리 회사에도 널려 있어 짜증나고 피곤하다"며 "가끔 대화를 나누지만 술자리를 함께 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30대 초반 이하의 남성들은 토이남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민수(32)씨는 "요즘은 과거와 달리 감성이 중요한 사회"라며 "여성의 지위가 높아짐에 따라 앞으로 더 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석(28)씨는 "토이남은 요즘 시대가 추구하는 양성성을 반영한 새로운 남성상"이라며 "여성성과 남성성의 구별은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토이남에 대해 여성들은 이중적 태도를 취했다. '호감은 가지만 연애 대상은 아니다' 혹은 '연애는 해도 결혼 대상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애인보다는 친구로, 남편보다는 연인으로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나이가 많은 여성일수록 더 강하게 나타났다.

구수진(27)씨는 "시시콜콜한 인생 이야기도 잘 통하는 토이남이 이성 친구로는 최고"라면서도 "연애 대상으로는 젬병"이라고 말했다. 김효진(27)씨도 "세심한 배려와 감수성은 애인으로서는 제격이지만 자기애가 너무 강해 남편으론 망설여진다"고 지적했다. '훈남'다운 조건이 '흠남'의 요소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토이남이 마초남보다는 낫다'는 반응이 대세였다. 김진영(38)씨는 "물건 살 때 도움이 되고 수다도 떨 수 있어 좋다. 마초남보다 백배는 더 낫다"고 평했다.

여성들의 토이남에 대한 반감은 주로 지나친 여성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여자처럼 잘 삐치고 토라질 것 같다' '게이 느낌이 나 거리감을 느낀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서연(가명ㆍ33)씨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종족 같아 살짝 징그럽다"고 평했다.

이명희(가명ㆍ28)씨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결혼한 토이남이 있는데 아내보다 더 여성스럽다"며 "그의 딸이 자라며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재미로 풀어보는 토이남 감별법

1. 혼자 있는 날이라도 직접 장을 보고 요리해서 먹는 것을 즐긴다.

2. 소주나 생맥주보다는 호가든과 같은 수입 병맥주, 혹은 와인을 더 좋아한다.

3. 속 없이 따라다니는 강아지보다 도도한 고양이가 차라리 낫다.

4. 커피전문점에서 디카페인에 휘핑을 빼달라는 식으로 세세하게 주문하는 게 창피하지 않다.

5. 체크무늬 러그와 피크닉 바구니, 클래식한 디자인의 자전거나 베스파 등이 갖춰진 소풍을 원한다.

6. 여간해서 살찌지 않지만, 다이어트에 힘쓴다.

7. 스스로 아직 소년이라고 생각한다.

8. 때론 몰래 짝사랑하는 상대를 만들고 두근거리는 자신의 모습을 멋있어 한다.

9. 임창정의 노래보다는 루시드폴의 노래를 듣는 걸 좋아한다.

10. 최홍만은 알지만, 그의 경기를 제대로 본적은 없다.

11. 섹시한 여자보다는 실수를 연발하는 꺼벙한 귀여운 여자를 좋아한다.

12. '상사에게 성공적으로 아부하는 101가지 방법'과 같은 실용서를 읽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13. 점심 메뉴로 떡볶이와 와플 등을 즐긴다.

14. 감동 받을 여자친구 얼굴을 상상하며 한 달 전부터 여자친구 생일 선물을 고민한다.

15. 대형 쇼핑몰보다 삼청동이나 가로수길 가게 구경을 좋아한다.

●13~15개: 당신은 진정한 토이남. 친구처럼 따르는 여자는 많지만 이성 교제는 쉽지 않을 듯.

●8~12개: 토이남 기질이 엿보임. 감수성이 풍부하고 문화를 애호하는 보통 남자일 가능성 짙음.

●4~7개: 토이남을 잘 이해하지 못하실 분. 혹 자신이 토이남일까 경계까지 할 듯.

●3개 이하: 당신은 대한민국 '싸나이'이시군요.

●도움말 음악 칼럼니스트 김홍기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 떴다! 토이남… 대중문화서도 '전성시대'

최근 드라마나 영화, 예능 프로그램 등 대중문화 속에서 심심찮게 '토이남'들을 만날 수 있다. 토이남이라는 말을 낳은 가수 유희열처럼 가늘고 긴 손가락으로 피아노나 바이올린을 연주하는가 하면,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법한 화려한 요리를 척척 만들어낸다.

이렇게 여성적 취향과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대중문화 속 토이남들은 고민에 빠진 여자 주인공들의 카운셀러가 되어 그들을 위로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며 여심을 흔들어댄다.

가상 결혼을 소재로 한 MBC 예능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한 가수 알렉스는 대표적인 토이남 캐릭터를 보여줬다. 무뚝뚝한 성격의 가상 아내 신애를 상대로 세심한 배려가 담긴 이벤트를 끊임없이 선보인 것.

비싼 선물을 주거나 풍선을 날리는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들이었다. 처음 만난 날에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를 준비해 순간 순간을 촬영하고, 함께 김치를 담그다 앞치마에서 장미꽃 한 송이를 꺼내 건네며 노래를 불러주고, 직접 만든 샌드위치를 담은 피크닉 바구니를 들고 벚꽃이 날리는 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식이다.

특히 함께 운동을 하다 발목을 다친 아내를 위해 손수 발을 씻겨주고 마사지해주는 장면은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네 남자, F4 가운데는 가수 겸 배우 김현중이 연기한 윤지후 역할이 토이남의 특징들을 두루 갖고 있다. 어린 시절 자동차 폭발 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픔을 가진 윤지후는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눈물을 흘리는 여린 감성의 소유자다.

자폐에 가까울 만큼 세상 일에 무관심한 개인주의자이지만, 여주인공 금잔디(구혜선)에게만은 예외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밀가루를 뒤집어쓴 금잔디에게 손수건을 건네주고, 구두 굽이 부러졌을 땐 업어주고, 감기가 걸릴 걸 미리 알고 약과 털모자를 챙겨 나타난다.

드라마 속 대사를 빌리자면 "금잔디의 마음에 비상벨이 울릴 때마다 나타나는 명예 소방관"이다. 그렇지만 결코 상대를 소유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그저 좋아하는 여자에게 잘해주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즐길 뿐이다.

2007년 MBC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에 음악감독 최한성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선균은 이 드라마 한 편을 통해 로맨틱한 이미지를 굳혔다. 남장여자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고은찬(윤은혜)은 남자 주인공 최한결(공유)에게는 여자라는 사실을 숨기지만, 한성에게는 처음부터 자신의 비밀을 밝히고, 이런저런 고민을 시시콜콜 털어놓는다.

두 사람이 동네 공원 벤치에서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거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장면 등은 여성과 공감대를 잘 형성하는 토이남의 면모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단순히 여자에게 잘해준다고 토이남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중문화 속 토이남들은 잘생긴 외모와 세련된 패션 감각까지 갖췄다. 또 로맨틱한 노래를 불러주거나 악기를 연주해주는 등 여성들의 감성을 두드릴 수 있는 음악 실력을 가진 것도 공통점이다.

대중문화 평론가 강명석씨는 "'토이남'은 '꽃미남' 캐릭터와 순정만화 속 '온(溫)미남' 캐릭터 사이를 가로지르는 캐릭터로, 멋진 싱글 라이프를 영위할 수 있는 경제력과 여성 이상의 섬세한 취향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또 "여성들의 트렌드를 꿰뚫고 있어 여성에게는 동성보다 더 나은 대화 상대가 될 수 있고, 남성들에게는 자유롭고 멋진 솔로의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상적"이라면서 "어떤 구속도 받지 않고 여유롭게 사는 토이남의 모습이 젊은 세대의 이상형으로 부각돼 대중문화 속에 부쩍 자주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대중문화 속 토이남들은 대부분 제1주인공은 아니라는 사실. 여자 주인공과 맺어지는 것은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나 '커피 프린스 1호점'의 한결처럼 거칠고 남자다운 캐릭터들이다.

토이남들은 여주인공을 지켜주기만 하다가 결국 그 여자가 다른 남자에게 가는 것까지 지켜본다. 그리고 유희열의 프로젝트 그룹 토이의 노래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의 가사처럼 "다른 사람 만나도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다. 결국 토이남은 이상일 뿐 현실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김지원 기자

■ 우엉남·베타남, 별별남자 다 있네

'우엉남'? '베타남'? 이름만으로는 도저히 성격이 짐작되지 않는 이들은 최근 등장한 신종 남성형이다. 학력, 경제력, 지도력 등 모든 면에서 남성을 앞서는 알파걸이 등장하면서 그들에게 안주하려는 남성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도 그 중 한 부류다.

일본 영화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에서 처음 등장한 '우엉남'은 김밥에 넣는 우엉처럼 비실비실하고 소심한 남성을 가리킨다. 비슷한 말로는 '찌질남'이 있다. 하지만 한 여자만 사랑하는 순정파라 의외로 미인을 얻기도 한다.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있는 우엉남으로는 KBS 수목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의 구동백(황정민)을 들 수 있다. 엘리베이터에 갇힌 그는 경비 아저씨에게 "고치는 데 두세 시간 걸리니까 기다리세요"라는 말을 듣고도 "아 예, 수고하세요"라고 인사할 정도로 착하다.

안 쓰던 뿔테 안경을 쓰고 와도 아무도 못 알아볼 정도로 존재감도 없다. 하지만 우연한 사고로 최고의 인기 여배우 한지수(김아중) 6개월간 계약결혼을 하면서 스타와 함께 식사를 하고 여행을 하는 행운을 누리게 된다.

예전에 '봉고남'과 '셔터남'이 있었다면 이제는 '베타남'이다. 베타남은 알파걸보다 능력과 신분이 떨어지는 남성을 가리킨다. 능력면에서 여성보다 떨어지는 점은 우엉남과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베타남은 찌질하지 않다.

남성을 앞서기 위해 엄청난 경쟁에 시달리는 알파걸은 재미없고 자존심만 센 알파남 대신 고분고분하고 자신을 즐겁게해 줄 수 있는 베타남을 선호한다. 이들 베타남은 그것이 셔터를 내리는 일일 망정 자신의 일이 있기 때문에 여성에게 빌붙어 무위도식하는 애완남과는 구분된다.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이라는 케이블TV 프로그램으로 널리 알려진 '애완남'은 애완용 남성의 준말이다. 20대 초반의 백수가 대부분인 이들은 연상의 여자를 즐겁게 해 주는 대가로 숙식을 지원받는다. 연상녀의 마음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잘생긴 얼굴과 멋진 몸매는 애완남의 필수 조건.

'싸이남'은 앞에서 말한 세 부류와 반대되는 개념이다. 마초남과 유사한 개념인 싸이남은 가수 싸이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강인하고 권위적인 성격을 지녔으며 여성에게 마구 들이대는 것이 특징이다. 나이트클럽에서 여성에게 함께 춤추자고 조르거나 능글능글한 태도로 전화번호를 따려고 하는 남성이 좋은 예.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러한 신종 남성의 등장에 대해 "사회가 변함에 따라 성 역할에 대한 해석이 달라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진단하면서도 "내면적인 부분을 경시하고 외모가 전부인 양 언론 매체가 포장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예지 기자 nextw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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