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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어버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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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어버이날

입력
2009.05.07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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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한 부자 할아버지가 어느 날 기겁을 했다. 아들과 사위가 할머니 목에 칼을 들이대고 나중에 유산으로 줄 재산을 일부라도 미리 덜어달라고 요구했다. 아들과 사위를 50이 넘게 부리며, 수백억 원의 재산이 있는데도 겨우 먹고 살 돈만 준 게 화근이었다. 둘의 요구에 굴복해 재산을 나눠주고, 속이 상해 번창하던 사업도 접어버렸다. 지병으로 오랫동안 병원에서 누워 지낸 다른 부자 할아버지는 자식들과 손자손녀가 문병 올 때마다 제법 많은 돈을 건넸다. 그렇게라도 자식들과 가깝고 싶었던 뜻대로 문병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현대 가족상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예로부터 부모와 자식의 마음은 크게 달랐던 모양이다. <불설대보부모은중경(佛說大報父母恩重經)> 은 인도 승려 구마라습(343~413년)이 한자로 옮겼다. 흔히 <부모은중경> 이라 부르는 이 불경은 <어머니 은혜> 의 '나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나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고'의 출처로도 유명하다. 수태에서 출산, 육아의 어려움은 물론이고, 아이가 자라 80 노인이 돼도 여전히 자식에게 향하는 어머니 마음을 세세히 묘사했다. 여기에 벌써 요즘과 닮은 자식들의 몹쓸 행태가 나온다.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고, 싸움질과 도둑질을 하고, 술 마시고 노름하며 온갖 잘못으로 형제에게 누를 끼치고 부모 마음을 어지럽힌다. 새벽에 나갔다가 밤 늦게야 돌아와 부모를 걱정에 잠기게 한다. …부모가 나이 들어 쇠약해지고 용모가 보기 싫게 되면 보살피기는커녕 외려 남이 볼까 두려운 듯 괄시와 구박을 한다. 부모가 홀로 되어 빈 방을 지키면 손님이 남의 집 살이라도 하듯 여기며, 마루와 방을 털고 닦을 때가 없고, 문안하거나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방이 추운지 더운지, 배고픈지 목마른지 알 리 없다.'

■그래도 변함 없는 게 자식 사랑이고, 아버지라고 다르지 않다. 요즘 '자식들 입에 밥 들어가는 재미에 산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일본의 싱어송라이터인 사다 마사시의 <허수아비> 라는 노래를 자주 듣는 것도 객지에 나간 아들에 대한 아버지 마음을 군더더기 없이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롭진 않아?/ 몸은 상하지 않았고?/ 편지가 무리라면 전화라도 괜찮아./ 돈 보내달라는 한마디라도 돼./ 네 웃는 얼굴을 애타게 그리는/ 엄마에게 들려 주렴.'값진 선물이나 꽃이 아니면 어떠랴. 모든 자식들이 어버이에게 따스한 전화 한 통이라도 하길 권하고 싶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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